
어스름이 내린 13일(현지시각) 오후 6시 프랑스 파리는 노트르담 성당이 울리는 무거운 종소리에 잠겼다. 파리 시청사 뒤편에 마련된 연단에는 10년 전 같은 날, 테러리스트 총격에 쓰러진 파리 시민들을 구조하던 경찰·구조대원들이 올라 희생자 132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이날 파리에서 열린 파리 테러 10주기 국가 추모행사 모습이다.
르몽드와 프랑스24 보도를 보면, 추모행사는 이날 오전 파리 교외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시작됐다. 2015년 11월13일 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테러리스트들은 프랑스와 독일 국가대표팀 축구경기가 열리던 이 경기장 주변 술집 등에서 자살 폭탄을 터뜨려 시민 1명을 살해했다. 이곳 외에도 파리 11구 바타클랑 극장 등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로 모두 130명이 숨지고 400명여명이 다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나온 희생자 중 가장 많은 수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이 경기장 앞에 마련된 추모 장소에서 꽃을 바치고 묵념을 했다. 희생자 마뉘엘 디아스의 딸 소피는 “10년이 지났으니 이제 ‘페이지를 넘기라’(상처를 잊으라)는 말을 듣지만, 아버지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며 울먹였다.
애도 행렬은 파리 중심부 10·11구의 카페와 식당들인 카리용, 프티 캉보주, 본느 비에르, 콩투아르 볼테르, 벨 에키프로 이어졌다. 모두 테러 타깃이 됐던 장소로 이곳에서 총 39명이 사망했다. 추도식 동안 주변 도로는 차단됐고 시민들은 꽃과 초, 희생자 사진 등을 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던 파리 4구 바타클랑 극장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테러범들은 미국 하드락 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 메탈’ 공연을 보러 온 관객 1500여명에게 AK-47 소총을 무차별 난사했다. 90명이 총격 등에 숨졌고 생존자 2명은 트라우마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곳에서 남편을 잃은 독일인 소피 부샤르 슈테흐는 매년 11월13일 독일에서 파리로 온다며 “오늘은 기억할 수도, 마음을 풀어놓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일이면 삶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직후 바타클랑 극장에 출동해 테러범들을 진압했던 경찰 대테러부대 대원들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이날 추모식에 참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의 “감사와 인정”을 표하며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추모식의 마지막 순서는 오후 6시 파리 시청 뒤편의 ‘기억의 정원’ 제막식이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이 정원엔 파리 테러 현장 6곳을 상징하는 화강암 블록이 놓였고, 블록마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제막 행사에선 테러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구급대원과 부상자를 치료한 병원 의료진, 생존자의 정신적 회복을 도운 심리학자들이 교대로 희생자 132명의 이름을 10여분 간 호명했다. 이어 이글스 오브 데스 메탈의 보컬이 생존자들과 함께 뮤지컬 카루셀의 노래 ‘유윌 네버 워크 얼론’을 합창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그날 일어난 일(파리 테러)은 분명히 회복할 수 없던 일”이라며 “여러분 각자의 고통은 말도 안 되고, 부당하며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시민들을 위로했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에서) 85건의 테러가 저지되었고, 그중 6건은 올해”였다며 “새로운 공격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이 이뤄질 것이다. 그런 시도를 감행하는 자들을 단호하게 처벌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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