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 대홍수 발생 12일째인 6일(현지시각) 북부 바그마티주 수력발전소 터널에 고립된 노동자들의 구조가 장기화하면서 초기 지휘체계와 장비 부족, 시설 안전설계 문제가 조명되고 있다.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비롯한 네팔 군경 등 수색대는 최소 터널 6곳에서 수색·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 수력발전소 12곳에서 실종된 노동자 900여명 가운데 약 500명이 여러 터널 내부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로이터 통신과 카트만두 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쿨만 기싱 전 네팔전력청(NEA) 사장은 “사업 기술자와 전문가들을 첫날 모아 구조물 진입 지점을 파악하고 장비를 조율했다면 대응이 더 빨랐을 것”이라며 초기 통합 계획 수립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네팔군과 경찰은 지하 발전소와 터널의 세부 구조를 잘 알지 못했고, 중장비 운반에 투입된 Mi-17 헬기는 최대 약 3t밖에 운반할 수 없어, 중장비를 분해해 옮긴 뒤 현장에서 조립해야 했다. 국제 구조 인력의 투입도 늦었다.
구조 당국이 터널 정보와 장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동안, 기술자와 정부 관계자 500여명이 참여한 와츠앱 대화방이 현장 대응을 보완했다. 이곳에서는 발전소 설계도와 터널 진입로, 실종 노동자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정부의 늦은 대응을 비공식 협력을 통해 보완한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홍수 피해 지역에 건설 중인 수력발전소 어퍼트리슐리 3에이(A)에서는 내부 에어포켓에 남은 2명이 열흘 만에 구조됐다. 이튿날인 5일에는 연락이 끊긴 한국인 노동자 9명이 근무했던 어퍼트리슐리(UT)-1에서 한국 해외긴급구호대와 네팔 구조대가 중국인 노동자 1명을 구조했다. 어퍼트리슐리-1에서는 보조 터널 등에 노동자 200~300명이 대피했으나, 전체 작업 터널 9.1㎞ 가운데 4㎞가량이 모래로 가득 차 7일에도 한국·중국 구조대의 진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에서는 이번 피해를 계기로 사전 예방과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기싱 전 사장은 발전소 설계와 안전 기준을 홍수 위험에 맞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긴 터널에 지하 발전소보다 300~400m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 비상계단을 만들고, 진입 터널 입구도 강바닥보다 150~200m 높은 산비탈에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시 근무 인원을 줄이도록 발전소를 도시 통제센터에서 원격 운영해야 한다고도 했다. 빙하호 실시간 감시와 중국과의 정보 공유, 하류 조기경보 사이렌 설치도 주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히말라야 산악 지역에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선 수력발전소의 개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고빈다 라지 포카렐 전 국가재건청장은 대지진 때와 달리 이번에는 토지까지 유실됐다며 “더 안전한 곳에서 더 나은 재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유역별로 교량과 수력발전소 등에 돌발홍수 대비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가 애도의 날인 7일, 네팔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전국 정부기관과 해외 외교공관의 국기를 조기로 게양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7일 기준 네팔-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쪽에서 총 1398명이 사망하고 5515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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