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폐암 신약이 세계 표준 치료를 앞질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약학회(ASCO) 2026에서 중국 바이오기업 아케소(Akeso)가 개발한 폐암 신약 이보네시맙의 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수천 편의 연구 중 극소수만 오를 수 있는 학회 최고 권위의 발표 무대에 이름을 올린 이보네시맙의 연구 결과는 같은 날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에도 동시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폐암 중에서도 치료가 까다로운 ‘진행성 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 532명이 참여했다. 치료를 처음 시작하는 3~4기 환자들로, 암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연구진은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표준 치료를 받았다. 다른 그룹은 새 약인 이보네시맙을 투여받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보네시맙을 투여받은 환자들의 평균 생존 기간은 약 28개월로, 표준 치료를 받은 환자들(23.7개월)보다 4개월 이상 길었다. 같은 기간 사망할 위험도 34% 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치료 시작 2년 후 생존율을 비교하면 이보네시맙군은 64.7%, 표준 치료군은 48.6%였다.
이보네시맙이 작동하는 방식은 기존 항암제와 다르다. 암은 몸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쓰는데, 하나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공격해 오면 이를 피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스스로 혈관을 새로 만들어 영양분을 계속 공급받는 것이다.
기존의 항암제들은 보통 이 중 하나만 공략한다. 반면 이보네시맙은 두 가지를 동시에 막는다.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게 하면서, 암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온 접근법이었지만, 실제로 환자를 더 오래 살게 한다는 대규모 임상 증거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로 처음으로 새로운 치료법의 효과를 증명해낸 것이다.
효과는 환자 유형에 관계없이 고르게 나타났다. 면역 관련 특정 단백질(PD-L1) 수치가 낮아 기존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환자에서도 사망 위험이 36% 줄었다. 암이 여러 곳으로 퍼진 고위험 환자에서는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암이 세 곳 이상으로 전이된 환자에서는 사망 위험이 53% 감소했고, 치료가 특히 어려운 간 전이 환자에서도 31% 낮아졌다.
물론 아직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대부분이 중국인이었고, 75세 이상 고령 환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폐암 환자 중 고령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나라 환자나 고령층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추적 관찰 기간이 아직 2년이 채 안 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부작용도 표준 치료보다 다소 많았다.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 발생률은 이보네시맙군이 69.2%로 표준 치료군(58.9%)보다 높았다. 다만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사망한 경우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고, 새로운 종류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중국 바이오 업계의 높아진 위상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개발한 약을 모방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중국 기업이 세계 최고 권위의 암 학회 무대에서 현재의 표준 치료를 앞선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연구를 발표한 루순 교수는 "이번 결과는 진행성 폐암 1차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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