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에이디알) 상장을 통해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며 국내 증시의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코스피는 13일 급락했다. 반도체 초호황(슈퍼사이클) 우려가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에이디알로 인한 반도체 업종 호재가 사라진 영향 등으로 분석된다.
이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5.37% 떨어진 18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0만 닉스’가 깨진 것은 지난달 8일(191만1000원) 이후 한달여 만이다. 불과 보름 전인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장중 298만7000원까지도 치솟았던 주가가 100만원 넘게 폭락한 것이다.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도 이날 10.70% 급락한 25만4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두 종목은 최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종 전망이 악화하며 약세를 보였다. 다만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에이디알이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12.8% 높은 168.01달러에 마감하며 흥행에 성공하자, 반도체 초호황 전망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며 반도체 업종이 이끌어가는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감이 주말 사이에 퍼졌다. 그러나 월요일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들은 에이디알이라는 호재가 끝났다고 보고 대거 차익실현에 나섰다. 삼성증권은 이날 국내 긴급시황 보고서를 통해 “티에스엠시(TSMC·대만 반도체 업체) 에이디알이 본주 대비 약 15% 프리미엄(가격 우위)을 받고 있다.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이란 점이 인식되며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에스케이하이닉스 본주 대비 에이디알의 프리미엄이 높게 유지되면서 외국인들의 매도 흐름을 막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외 투자은행(IB)은 투자자들에게 에스케이하이닉스 에이디알의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므로 이를 매수하고, 본주를 매도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에스케이하이닉스를 1조4천억원 순매도했는데, 이달 들어서만 총 8조원을 팔아치우고 있다. 에이디알의 프리미엄으로 인해 본주가 재평가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홀딩스와 엘지(LG)디스플레이를 보면, 프리미엄이 본주 (주가)상승을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에스케이하이닉스 에이디알 흥행이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 전망에 대한 의구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익 기대가 조만간 정점을 지나거나, 지금의 이익 증가 속도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에스케이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증권사 보고서가 나온 것도 매도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된다. 채민숙·김연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에이치비엠(HBM)의 매출 비중이 높아 시장 평균보다 에이에스피(ASP·평균판매단가) 상승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관건은 본주와 에이디알의 상호전환이 가능할 것인지 등이다. 김민규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에이디알과 본주의 상호전환이 쉬울수록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확대 효과가 본주에 온전히 전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이디알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에 편입될지 여부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달 말 발표될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업체들의 자본지출(CAPEX) 계획에 관심이 모인다. 양형모 디에스(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부터 시장은 무조건적인 성장을 전제로 한 가격 형성에서 벗어나 자본효율과 현금흐름을 재평가하는 국면으로 전환 중”이라며 안일한 저점매수 대신 보수적 시각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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