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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월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 미국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을 하고, 우리의 국내 디지털 입법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 쪽이 제기하는 우려 등을 청취했다. 산업통상부 제공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월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 미국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을 하고, 우리의 국내 디지털 입법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 쪽이 제기하는 우려 등을 청취했다. 산업통상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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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각)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전격 개시하면서 통상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조사의 명분으로 제조업 전반의 ‘구조적 과잉 생산’을 들었지만, 속내는 기존 관세합의 이행 압박과 대미투자 이행을 강제하려는 압박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이번 조사를 지렛대 삼아 새로운 무역 협상을 압박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미국이 지난달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효력을 잃은 상호관세를 복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미국 쪽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뒤 무역법 301조를 통해 기존 관세를 복원해나간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의 목표는 기존 무역합의를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으로, 관세를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미 정부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무역법 122조에 따라 주요국에 10% 관세를 부과해왔는데, 이 법 적용 시한이 150일에 불과해 301조를 적용해 기존에 합의한 각국의 관세율을 원래대로 돌리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려도 큰 상황이다. 무역법 301조는 관세율 상한이나 기간의 제약이 없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데다 미국 쪽이 과잉 생산이 의심되는 제조업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기존에 한·미가 체결한 무역합의 위에 미국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분야가 넓어졌다”며 “전면적으로 내세운 공급 과잉 외에 국영기업, 금융, 환율 등 다양한 이유를 내세워 합의 내용 이행과 새로운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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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무역대표부의 조사가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나 망 사용 문제 등에 대한 조사는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무역법 301조에 따라 사안별 조사 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며 301조 조사를 요구했다가 이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한국 정부 차원의 디지털 규제 정책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한국 정부가 허용한 고정밀 지도 반출 외에도 △온라인플랫폼법 △넷플릭스·유튜브 등의 통신망 사용료 부과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등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규정하면서 개선을 요구해왔다.

장용준 경희대 교수(무역학)는 “이르면 이달 말에 공개되는 미국의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한국의 디지털 규제 등 비관세 무역장벽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고, 보고서 발간 이후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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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존 한-미 관세합의에 따른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여한구 본부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여러 제조 분야에 투자하고 있고, 그 과정에 중간재와 부품들이 수출되기 때문에 대미 무역 흑자가 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부분이 미국의 제조업 재건에 기여하고 있음을 통계와 논리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