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은 인공지능(AI) 대전환이 핵심이다. 기업·공공·국민 등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향후 5년의 혁신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한국은 챗지피티(미국), 딥시크(중국) 등을 보유한 주요국에 견줘 주목받은 자체 인공지능 모델조차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12월 인공지능 모델인 ‘엑사원’을 선보이고 엘지(LG)그룹의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이끄는 이홍락 엘지 인공지능연구원 공동 연구원장(미국 미시간대 교수)을 만나 한국 인공지능 기술의 현주소와 과제 등을 들어봤다. 지난 28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연구원 본사에서 만난 이 원장은 2013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세계 10대 인공지능 연구자로 선정한 인공지능 분야의 석학이다.
이 원장은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은 논문 등 양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라며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6개월 정도로 채 1년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대규모 인력·인프라·데이터 등 물량 공세에 힘입어 중국이 인공지능 패권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는 얘기다.
한국은 후발주자다. 이 원장은 “한국도 중국에 견줘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면서도 “굉장히 도전적이긴 하지만 우리도 중국과 경쟁해 볼 만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물적 기반이 취약하지만, 성능과 신뢰성·품질 등을 좌우하는 데이터 생산 분야에 상대적 우위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중국의 인공지능 모델은 사용자 데이터의 윤리적 사용 여부, 사생활 침해 등 우려와 한계가 있는 만큼 한국이 신뢰성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에선 외려 인공지능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홀대받기 쉽다. 이 원장은 “인공지능을 통해 비용 절감 등 제조업 분야에서도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등 인공지능 기반 산업의 크기를 전반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궁극적으론 한국 인공지능 모델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거품론’엔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지금은 인공지능 기술의 과도기”라며 “섣부른 비관론을 갖기 보다 가능성을 타진하는 초기 단계라고 보는 게 맞는다”고 짚었다. 지금은 챗지피티 같은 범용 인공지능 모델들이 단순한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앞으로 기업의 전문 지식·시스템과 연동하며 실질적인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엘지 인공지능연구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독자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에 5개 정예팀 중 하나로 선정된 상태다. 이 원장은 “최고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위해 데이터 수집 및 정제, 서비스 등을 모두 경험하는 건 엄청난 자산으로, 기업과 한국 인공지능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의 이해와 활용은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이 될 것”이라며 “미래의 인재는 단순히 인공지능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넘어 여기에 과학을 접목하는 등 플러스알파(α)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