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 브루클린 메트로폴리탄 구치소 특별 심리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천재 프로파일러 조너스 보튼 교수와 연쇄살인 용의자 존 조우가 대면한다. 프로파일러에게 허락된 시간은 한번에 30분씩, 7번의 만남뿐. 그 안에 존 조우가 12명을 살해하고 주검에 알파벳 엠(M)을 새긴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킬러들의 수다’ ‘박수칠 때 떠나라’ 등 영화와 ‘얼음’ ‘블란서 금고’ 등 연극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장진 감독의 신작 연극이 관객을 찾아왔다. 천재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 용의자의 심리 대결을 다룬 2인극 ‘댄포스가 옳았다’다. 지난 12일 서울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에서 막을 올린 작품은 범죄 추적을 넘어 인물의 심연을 드러내고, 결국 관객의 허를 찌르며 진실에 대한 총체적 의문을 품게 하는 웰메이드 심리스릴러다.

극 전반부 몇차례 만남에선 존 조우가 연쇄살인범 엠이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그의 신뢰를 얻고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프로파일러에 집중하는 듯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관계가 역전된다. 용의자가 되레 프로파일러를 파일링하는 듯한 장면까지 연출된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치밀하게 설계된 인물 관계와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로 긴장을 극강까지 끌어 올리며 100분간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극을 쓰고 연출한 장진은 18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용의자만을 쫓아가서 그가 엠인지 아닌지 밝혀내는 그런 이야기 이상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제목의 의미를 묻는 질문엔 “댄포스가 옳았어요. 그리고 댄포스는 이 연극에 나오지 않습니다”라고 선문답 같은 답을 했다. 단 2명의 배우가 100분간 주고받는 대화만으로 자신이 설계한 지독한 심리 게임을 직접 경험한 관객 스스로 답을 찾으라는 것 같았다.

작품에서 프로파일러는 어릴 때부터 차오르는 살인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자신이 살인마가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자신의 경험과 증상, 환경 요소를 꼼꼼히 기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외과 의사 댄포스의 노트를 읽어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결정이 옳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얘기한다. 이런 부류의 인간에게 세상이 바라는 건 딱 두개라고, 자살, 혹은 첫번째 살인에서 잡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용의자는 “교수님도 동의하십니까? 그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이라 되묻는다.
이는 장진 연출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스스로 살인마가 될 위험을 알고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세상이 그런 이에게 바랄 수 있는 건 또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선택에 동의하는가? 장진 연출은 프로그램북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 안에 존재하지만 드러내기를 꺼리는 어떤 심정, 우리 스스로 아름답고 깨끗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어두운 면을 가지고 사는 우리의 그늘진 생각과 우물거림에 대한 이야기”라며 “댄포스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사람, ‘내가 댄포스라면…’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할 사람, 모두의 생각과 반론, 동감과 덧붙임까지 이 무대 속에 빛나는 한 부분으로 생겨나길 바란다”고 했다.

장진 특유의 웃음 코드도 곳곳에 심어뒀다. 관객은 두 배우의 심리 게임에 몰입하면서도 끊임없이 키득거린다. 프로파일러 조너스 보튼 역은 박건형·최영준·강승호가, 존 조우 역은 고상호·김한결·이현우가 번갈아 연기한다. 8월30일까지.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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