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가 사회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종교와 사회의 화합이라고 할까, 좋은 어떤 인연거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밝은 사람들 연구소’를 설립한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 스님은 이 연구소의 지난 20년 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밝은 사람들 총서’ 20권 발간을 기념해 지난 11일 서울 안국선원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였다. 2006년 안국선원 산하로 발족한 연구소는 매년 책을 발간하고 학술연찬회를 열어왔다. 올해 20권째로 펴낸 ‘수행, 초탈인가 치유인가’는 명상의 유행과 함께 떠오른 종교적 본질과 세속적 활용 사이의 딜레마를 다룬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등이 쓴 5편의 글을 수록했다. 창립 당시부터 연구소를 이끌어온 박찬욱 연구소장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얻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 이고득락(離苦得樂)이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일반 학술 모임은 보통 원고를 발표하고 이를 수정해 학회지에 게재하지만, 이 연구소는 책을 먼저 출간하고 나중에 연찬회를 여는 독특한 방식을 고수한다. 다양한 분야를 다루다 보니, 저자들도 스님을 비롯해 철학, 종교학, 심리학, 과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박 소장은 “대학교 학부 1~2학년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부탁드리지만, 교수님들 내공이 두터워 번번이 대학원 석사 과정들이 좋아할 만한 수준으로 나온다”며 웃었다. 연찬회는 오는 29일 동국대 남산홀에서 열린다.

총서는 매번 ‘~인가 ~인가’란 대립적 부제를 달았다. 총서 1권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를 비롯해 ‘믿음: 디딤돌인가 걸림돌인가’, ‘소유: 행복의 터전인가 굴레인가’ 등이 대표적이다. 11회부터 연찬회 좌장을 맡아온 한자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초탈을 제대로 해야 치유가 되는 거고, 심신의 안정과 치유가 돼야 생사 문제를 해결하는 초탈도 가능하다”며 “대립적 항목을 중도로 통합시키려는 방향성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연찬회 초대 좌장을 맡았던 미산 스님은 “서양에서 심리 치료 중시의 불교 명상이 확산하면서 ‘맥도날드식’ 치유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 시리즈는 그런 비판을 수용해 초탈과 치유가 분리될 수 없는 통합적 관계임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부연했다. 올해 ‘수행’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지관’, 2027년에는 ‘간화’를 주제로 총서와 연찬회를 준비 중이다.
카이스트(KAIST) 명상과학연구소 소장인 미산 스님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거론하며 ‘케이(K)컬처 시대’에 맞춰 불교와 동양의 지혜를 인공지능(AI) 시대에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케데헌’을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깊은 사상이 깔렸어요. 주인공 가운데 한명이 헌터이면서 데몬의 피를 받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 이를 수용하는 것은 세상을 둘로 나누지 않는 불이중도, 혹은 일심의 철학을 반영한다고 봐요.” 그는 “불교 경전과 성경, 코란, 톨스토이 소설 등 지혜의 정보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이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친 미산 스님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에 의해 인공지능이 독점되는 세상에 필요한 새로운 철학적 담론”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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