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노벨 문학상은 도박 사이트가 이례적으로 유력 후보를 적중했다는 점에서 수상자는 외려 이례적이지 않다. 해외 도박 사이트는 2017~18년부터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군에 포함해 온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를 중국 작가 찬쉐(72) 등 4명과 더불어 올해 1순위로 꼽았다. 아예 “지난해엔 찬쉐가 유력했는데 지금은 크러스너호르커이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중) 상위권”이란 분석과 함께였다.
이런 맥락에서 수상 결과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국내 번역 작품이 모두 한 출판사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2006년 대형 출판사의 계열사로 시작해 독립한 지 올해로 12년 된 ‘알마’다. 2018년 5월 출간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데뷔 소설 ‘사탄탱고’(번역 조원규)가 시작이었다. 이어 ‘저항의 멜랑콜리’(구소영, 2019), ‘라스트 울프’(구소영, 2021), ‘서왕모의 강림’(노승영, 2022), ‘세계는 계속된다’(박현주, 2023),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노승영, 2024)를 펴냈으니, 거의 매해 한종씩 국내 소개한 꼴이다. 내년엔 작가의 최신작 ‘헤르쉬트 07769’가 구소영 번역가의 손을 거쳐 나온다. 본래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로서 2016년 문학 작품을 처음 론칭해, 크러스너호르커이 작품의 경우 ‘사탄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를 빼면 1쇄도 다 나가지 않은 가운데, 대표 포함 직원 4명(현재)으로 구성된 말 그대로의 소규모 신생 출판사가 한 일이다.

알마의 안지미(55) 대표는 10일 오전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겨레에 말했다. “‘사탄탱고’를 내면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기에 그 한권만으론 안 되겠단 생각에 순차적으로 작품을 이어 출간하게 됐어요. 지금 모든 출판(시장)이 굉장히 어려우니, (기왕) 좋아하는 작업을 해야 손실을 보아도 덜 한 것 같고, 결실을 내도 그 성취감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며 출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탄탱고’를 소개하게 되었나?
“한 20년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벨라 타르 감독의 영화 ‘사탄탱고’를 보고 너무 좋았다. 그리고 2016년 출판사 대표로 문학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알마 인코그니타’라는 개념을 세우고 맞는 작품을 찾다 ‘사탄탱고’를 소환하게 됐다. 영화를 보았던 찬란했던 기억이 왔다.”
영화 ‘사탄탱고’(1994)는 원작자 크러스너호르커이가 시나리오도 썼다. 그를 시나리오 작가로도 꼽는 이유다. 영화는 크러스너호르커이 특유의 종말론적 만연체를 대변하듯 435분 흑백으로 흐른다. 알마 인코그니타는 ‘테라 인코그니타’(미지의 세계)에서 차용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주력 삼던 출판사가 주류 대형출판사가 점유한 문학판에 뒤늦게 발을 들이며 도전적으로 차별화한 기치였다.
―이후에도 5종을 더 냈다. 독자 반응 없이 지속하기 어려운 일 아닌가?
“독자들 반응이 괜찮지는 않았다. 하지만 출간을 이어가는 데 있어 팔리고 안 팔리고에 대한 생각 자체가 별로 없었다. 물론 회사가 문 닫을 지경이었다면 못했겠지만, 다른 작품들, 가령 올리버 색스의 작품이 (재정을) 보완해주곤 했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노먼 에릭슨 파사리부, 일본의 전위작가 오카다 도시키도 그렇게 국내 처음 소개됐다.
―모두 중역인데 ‘헝가리어-한국어’ 직역으로 개정할 계획은 없는가.
“맞다, ‘사탄탱고’는 독어, 나머지는 영어 중역이다. 직역은 깊이 고민해 갈 계획이지만, 작가의 작품은 볼륨도 상당하고 번역 난이도가 굉장하다. 역자를 찾기 너무 어려운 작품들이다. 보통 결심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지금 말씀드리긴 어렵겠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15년 헝가리 작가로는 처음 부커상 국제부문(당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길고, 멀리 나아가는 문장들, 엄숙에서 광란, 의문에서 황폐함으로 변화 전개되는 어조의 문장”으로 작가의 한가지 특징을 압축했다. 이를 통해 “현대사회 존재의 질감을 섬뜩하고 기이하며, 소름 돋게 희극적이고, 때로 가슴 아프게 아름다운 장면들 속에 포착”했다 하니, 공포가 소실될 때까지 더 기괴하게 신음하고 노래하겠다는 ‘행위’로서의 글쓰기처럼 보인다.
노벨상은 이에 대한 뒤늦은 인증인 셈이다. 안 대표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작품 세계로만 보면 노벨상은 주면 좋고 안 줘도 ‘어쩔 수 없다’ 했을 것 같다”면서도 “현재 전 지구적으로 처한 위기 상황이란 점에 노벨문학상이 주목한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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