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전 중구 대사동 대전아쿠아리움의 맹수관 한편 책상 위에 사과와 생닭날개 꽂힌 쇠꼬챙이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최예린 기자
지난 4일 대전 중구 대사동 대전아쿠아리움의 맹수관 한편 책상 위에 사과와 생닭날개 꽂힌 쇠꼬챙이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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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대전 중구에 있는 대전아쿠아리움의 맹수관에는 사과와 생닭날개가 꽂힌 쇠꼬챙이 수십개가 있었다. 꼬챙이들 사이에는 ‘먹이체험비 넣는 곳’이라 적힌 돈통과 함께 ‘1꼬치 2000원’이라고 쓴 안내문도 있었다. 그 옆에는 ‘먹이 꽂이로 절대 동물을 찌르지 마세요’라고 적힌 주의사항 안내판도 있었지만, 이를 설명하고 실제 지켜지는지 확인하는 직원은 없었다. 생닭날개가 꽂힌 꼬챙이를 든 한 관람객이 암사자 ‘룽지’ 앞에 멈춰 섰다. 룽지가 있는 좁은 방의 유리벽 밑에는 지름 6㎝의 구멍이 뚫려 있고, 구멍 옆에는 ‘닭’ 그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그 구멍을 통해 먹이를 넣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4일 대전 중구 대전아쿠아리움에 있는 암사자 ‘룽지’가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고 있고, 그 아래로 먹이주기 체험용 구멍과 ‘절대 손을 넣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보인다. 최예린 기자
지난 4일 대전 중구 대전아쿠아리움에 있는 암사자 ‘룽지’가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고 있고, 그 아래로 먹이주기 체험용 구멍과 ‘절대 손을 넣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보인다. 최예린 기자

지난해 12월14일 시행된 개정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공중의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보유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 공포 또는 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로서 관람객에게 동물에 올라타게 하거나 관람객이 동물을 만지게 하거나, 관람객이 동물에게 먹이를 주게 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모두 금지다. 다만, 동물원이 보유 동물을 활용한 교육 계획서를 환경부(공영 동물원)나 시·도(사설 동물원)에 제출하면 이런 행위들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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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대전 중구 대전아쿠아리움의 ‘악어쇼’ 공연장 앞에 악어 위에 올라타 기념 촬영을 한 어린이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최예린 기자
지난 4일 대전 중구 대전아쿠아리움의 ‘악어쇼’ 공연장 앞에 악어 위에 올라타 기념 촬영을 한 어린이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최예린 기자

이날 찾은 대전아쿠아리움에서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뒤에도 방문객들이 동물에게 먹이를 주었다. 여전히 먹이 판매와, 악어에 올라타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악어쇼’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 동물원은 최근 대전시에 ‘교육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까지 받은 상태였지만, 실제 동물원에선 먹이주기와 관련한 어떤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동물 먹이주기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하고 이를 지도할 직원을 단 한명도 배치하지 않은 채 자판기와 무인판매대에서 먹이를 팔고 있었다.

대전 유성구 화암동의 티놀자애니멀파크에서 제공한 먹이 키트.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대전 유성구 화암동의 티놀자애니멀파크에서 제공한 먹이 키트.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대전의 다른 사설 동물원과 수족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지난해 12월18~23일 대전 지역 동물원을 모니터링한 결과 대전아쿠아리움을 비롯해 티놀자 애니멀파크, 신세계백화점 안의 대전엑스포아쿠아리움에서는 먹이주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이들 동물원 모두 대전시에 교육 계획서를 내고 검토·승인을 받은 상태이긴 하다. 대전 지역 동물원 중 대전도시공사에서 운영하는 오월드만 동물원법 개정에 맞춰 지난해 12월11일부터 무인 먹이 판매 자판기를 철거하고 먹이주기 체험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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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오월드에 있는 먹이주기와 동물 접촉 금지 안내판.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대전 오월드에 있는 먹이주기와 동물 접촉 금지 안내판.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동물원이 교육 계획서만 내면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예외 조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윤영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은 “동물 생태에 대한 설명과 교육자 없는 먹이주기 체험은 단순 오락 기능만 있고 동물원 수익에만 일조할 뿐 어떤 교육적 효과도 없다”며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됐으나 요식 행위인 ‘교육 계획서’만 제출하면 먹이주기·만지기·올라타기 체험이 가능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부와 지자체가 교육 계획서를 검토할 때라도 승인 기준을 더 강화하고, 승인 뒤에도 동물원이 제대로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관리·감독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라 동물원 허가 기준이 강화됐고 5년의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에 동물원들이 새로 허가를 받는 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먹이주기 체험 등의 문제도 개선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