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부산지방경찰청 3층 폭력계 사무실 앞에는 ‘변호인 접견실’이라는 안내문구가 걸려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왼쪽 벽면 끝에 회색 철문을 갖춘 별도의 사무실이 있었고, 철문 오른쪽에는 철문 안쪽 공간을 보여주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있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투명 플라스틱 벽면으로 둘러싸인 또 하나의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 탁자 1개와 의자 2개를 갖춘 6.6㎡의 변호인 접견실이었다. 투명 플라스틱 벽면 때문에 접견실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폐회로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었지만,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청사 3층 폭력계 사무실에 있던 진술녹화실을 변호인 접견실 용도로 함께 사용했다. 하지만 피의자와 변호인의 대화 내용이 새나갈 수 있다는 문제 때문에 폭력계 사무실 안에 진술녹화실을 없애고 경찰청 내부 지침에 나온 표준규격에 맞춰 방음 처리가 된 변호인 접견실을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변호인 접견실과 진술녹화실을 함께 사용하던 부산지방경찰청과 영도·동부·부산진·금정·강서·중부경찰서 등 부산지역 6개 경찰서는 31일 독립된 공간에 전용 변호인 접견실을 설치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독립된 공간에 설치된 전용 변호인 접견실은 녹음까지 되는 진술녹화실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데 따른 비밀침해 우려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피의자 인권 보호, 변호인 접견 보장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직원들도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변호인의 참여권과 접견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힘쓰며, 피의자 인권 보호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의 변영철 변호사는 “변호인 접견실과 진술녹화실을 함께 사용할 때는 컴퓨터와 영상장비 때문에 피의자들이 불안해하며 변호인한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진술녹화실과 변호인 접견실이 분리돼 다행이다. 앞으로도 피의자 인권을 좀더 고려하는 경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금까지 부산지방경찰청과 부산지역 15개 경찰서에 마련된 진술녹화실 35곳 가운데 10곳은 변호인 접견실로도 함께 이용됐다. 이 때문에 경찰이 피의자와 변호인의 대화 내용을 몰래 엿들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또 피의자가 영상장비가 설치된 진술녹화실에서 변호인을 만나면 접견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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