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굵은 빗줄기가 바닥을 연신 두드렸다. 하지만,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축구를 향한 열정이었다. 2026 북중미월드컵 팬 페스티벌이 열린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리베라시온 광장. 15일(한국시각)에는 F조 일본과 네덜란드의 조별리그 1차전을 지켜보는 축구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기 내내 비가 내렸지만 시민들은 개의치 않았다. 대부분 우산이나 우비도 없이 맨몸으로 비를 맞으며 환호했고, 어린 자녀에게 우비를 입혀 품에 안거나 목말을 태운 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가족도 눈에 띄었다.

광장에 나온 관중들 대부분은 멕시코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일방적으로 일본을 응원하고 있었다. 후반전 네덜란드의 선제골이 터지자 광장에는 일제히 야유가 쏟아졌고, 곧이어 “오에! 오에! 하폰(Japón·일본)!”이라는 연호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일본과 네덜란드, 멕시코 팬이 뒤섞인 자리에서는 멕시코 팬들이 주황색(오렌지) 유니폼을 입은 네덜란드 팬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야유를 보내고 일본 팬들과 함께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멕시코인들이 지구 반대편 일본을 이토록 열렬히 응원한 이유가 무엇일까. 현장에서 만난 멕시코인 발레리아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에서 멕시코가 네덜란드를 만났다”며 “당시 네덜란드에 부당한 페널티킥이 주어지면서 멕시코가 억울하게 진 적이 있다”고 돌아봤다. 네덜란드는 멕시코 축구 팬들에게 8강 진출 실패라는 뼈아픈 기억을 안긴 '공공의 적'인 셈이다. 당시 멕시코에서는 “노 에라 페날(No era penal·그건 페널티킥이 아니었어)”이라는 문구가 전국적인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발레리아는 “일본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네덜란드가 이기는 건 절대 원치 않아서 더욱 일본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피 말리는 접전이 이어진 뒤 후반전 추가 시간. 멕시코에 사는 일본인 미나는 “골이 더 들어가면 안 돼!”라고 연신 외치며 “일본이 이기면 좋겠지만 비길 것 같다”며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멕시코인에게 둘러싸여 경기를 지켜보는 소감을 묻자 “멕시코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게 일본을 응원해줘서 정말 기쁘고 든든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미나의 예측대로 이날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관중은 유럽 축구 강호 네덜란드를 상대로 선전한 일본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가 끝나자 광장 곳곳에서 사람들은 ‘그라시아스(스페인어)’, ‘아리가또 고자이마스(일본어)’, 그리고 ‘감사합니다’가 뒤섞인 유쾌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웃으면서 헤어졌다. ‘나의 적의 적은 친구’라는 오래된 격언이 축구 응원에서도 증명된 순간이었다.




▶[멕시코 올라]는?
도파민 가득한 북중미 월드컵 현장! 한겨레 김영원 사진기자가 멕시코 현지에서 생생하고 뜨거운 그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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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라하라/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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