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안양 정관장 감독이 20일 안양체육관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유도훈 안양 정관장 감독이 20일 안양체육관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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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응 으으으으응~”이라며 ‘앙탈’이라도 부려볼 걸 그랬나. 지난 20일 만난 유도훈 안양 정관장 감독은 올스타전에서 ‘앙탈 챌린지’로 화제를 모은 것과 관련한 질문은 자꾸 피했다. “수줍고, 창피하다”고 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누가 옆에서 치어리더 동작을 따라 하라고 해서 한 것뿐인데. 하여튼 기억이 안 나 난.(웃음)” “뭔지도 몰랐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앙탈’을 부린 건 “올스타전은 농구팬과 농구인의 축제이기에, 모두에게 즐거움을 드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랜만”에 참가한 올스타전에서 1967년생 현역 최고령 감독이 ‘소통의 노력’으로 화제가 됐다. 이런 태도는 유 감독이 정관장을 올 시즌 남자프로농구(KBL) 전반기 상위권에 올려놓은 비결이기도 하다. 1980년대생 감독이 등장한 프로농구에서 2년 만에 복귀한 노장 감독은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요즘 세대 문화를 읽고 녹이려고 애썼다.

“2000년대생 선수들이 뛰는 시대잖아요. 10~20년 전 선수들하고 생각과 가치관이 많이 다르니까, 선수들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요즘 감독이 해야 하는 공부인 것 같아요.” “주장 등 고참 선수들이 많이 도와준다”는 그는 “젊은 감독이 많아지는 분위기에서 나이 든 감독이 오니 (정관장) 선수들도 난감했을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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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앙탈 챌린지’를 선보이는 유도훈 감독. 한국농구연맹 제공
남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앙탈 챌린지’를 선보이는 유도훈 감독. 한국농구연맹 제공

대표적인 노력이 “자주 웃기”다. 그는 올 시즌 작전 시간에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했다가도 이내 환하게 웃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4쿼터 승부처나 1~2분 안에 흐름이 넘어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나오는 어이없는 실책에 대해서는 질책을 안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예전에는 끝까지 화를 냈다면, 이제는 나도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 질책할 때는 하고 아닐 때는 많이 웃으려고 해요.(웃음)” 그는 “과거처럼 윽박지르거나 화만 낸다고 통하는 시대는 아니기에 감독들도 변해야 한다”고 했다. 좋은 글을 소개하는 영상을 선수들에게 보내주기도 한단다.

소통의 노력은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시즌 6위 정관장은 올 시즌 내내 상위권을 달렸다. 26일 기준으로 1위 창원 엘지(LG)에 1.5경기 차 2위다. 선수들이 한마음이 돼 몸을 던진 ‘짠물 수비’가 힘이다. 정관장은 10개 구단 중 최소 실점(1위·70.6점)을 자랑한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는 수비를 해줬다”고 했다. 그는 “팀이 한 시즌을 지속해서 잘 치르려면 수비는 웬만큼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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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규 1위, 통합우승으로 가려면 공격력은 끌어올려야 한다. 정관장 평균 득점은 하위권(9위·73.5점)이다. 유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이 부분을 재정비했다. “잘 됐던 자료, 잘 안됐던 자료 등을 선수들과 공유하면서 이해시키고 맞춰가는 작업은 계속하고 있어요. 공격의 단조로움을 다변화할 수 있는 공격을 좀 더 만들어가야 합니다.”

20일 안양체육관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유도훈 감독. 정용일 선임기자
20일 안양체육관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유도훈 감독. 정용일 선임기자

유 감독 부임 첫해 정관장의 돌풍. 시즌 전에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내친김에 감독으로서도 욕심을 낼 법하다. 유 감독은 맡은 팀을 봄 농구에 12차례 진출시켰지만 우승은 못 해봤다. 전자랜드 시절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우승이 욕심나느냐고 물으니 “우승은 매 시즌 욕심났다”며 웃었다. “은퇴하기 전에 해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것 때문에 불안해하고, 서두르고, 스트레스받는 모습을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요. 잘 준비해서 하다 보면 좋은 성적이 날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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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만큼 간절한 것은 “농구인으로 사는 것”이었다. 그는 감독직을 맡았던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소송 등으로 두 시즌을 쉬었다. 초등학교 때 볼을 잡은 이후 농구판을 떠나본 적 없는 그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농구판에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승부의 세계에 살다 보니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감독으로서 자신도 돌아보게 됐다. 많이 웃고 소통하려는 지금의 노력은 “쉼의 시간이 도움”이 됐다. 노장 감독으로서 책임감도 갖고 있다. “제가 잘해야 나이 든 사람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겠어요?(웃음)”

말의 힘을 믿는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농구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것도, 농구 때문에 힘든 것도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했다. “행복”이라는 말의 힘이 올 시즌 그에게 ‘우승’을 안겨줄까. 유 감독이 ‘앙탈 챌린지’ 때만큼 환하게 웃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