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해군기지 반대에 나선 문정현 신부.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지난 5월 해군기지 반대에 나선 문정현 신부.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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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여 제주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을 뒤늦게 취하하면서, 법조계에선 정책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 등 기본권을 존중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8년 넘게 재판 중인 쌍용자동차 노동자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소송도 ‘결자해지’하는 등 정부가 거액의 소송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민국(해군)은 지난해 3월28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등에 참여한 개인 116명(주민 31명 포함)과 강정마을회, 제주참여환경연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단체 5곳을 상대로 34억5000만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반대 집회로 공사가 지연됐으니, 해군이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물어준 251억원의 일부를 돌려받겠다는 취지였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를 요구한 이 소송은 주민들 처지에선 지난 10여년 동안 반대투쟁을 해왔던 고통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강정마을회는 소송을 비판하며 천막 농성을 시작했고, 제주도와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구상금 소송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변화 조짐이 보인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돼 물러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부(재판장 이상윤)가 지난 8월11일 연 첫 재판에서 정부 쪽은 “소송 외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그 뒤 재판부는 10월25일 이 사건 조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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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정은 향후 반대활동 중단 약속을 요구하는 정부와 책임자 처벌 및 진상규명을 주장하는 강정마을 쪽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며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가 나서 강제조정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소송을 취하하고, 양쪽은 해군기지 건설 관련한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으며, 상호 화합과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지난 11월30일 강제조정안을 송달받은 정부는 2주 뒤인 오는 14일 자정까지 이의제기할 수 있지만, 12일 국무회의를 통해 조정안을 공식 수용했다. 국방부도 이날 “정부 차원에서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을 위해 결정한 사항이고, (국방부와 해군도) 지역 주민과의 상생 차원에서 (정부 결정을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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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주민 등을 대리한 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향법)는 “지난 정부의 구상금 청구 소송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해 싸운 사람들에게 압박을 주기 위한 보복성 소송이었다”며 “새 정부가 조정안을 받아들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논평을 내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은 국민의 의사 표현의 자유와 노동3권을 직접 위축시키는 소송으로서 반인권적”이라며 “쌍용차 노동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전향적으로 철회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경찰)는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서 공장을 점거했던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민주노총 등을 상대로 16억여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1억여원을 배상하라는 2심 판결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 개인 상대 국가 손해배상 소송 중 강정마을 다음으로 소송 액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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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김지은 기자, 제주/허호준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