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3일 오후 1시20분께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 붉은색 위험물 라벨이 붙은 ‘위험화물’들이 일반화물과 한데 섞여 차에 실려 있었다. 위험화물 가운데는 위험물안전관리법상 4류에 해당하는 ‘인화성 액체’도 있었다. 이 화물은 위험물터미널에서 보관·반출하고 별도의 차량에 실어 운송해야 하는데도 일반화물터미널에서 일반화물과 함께 다뤄졌다.
인천국제공항의 위험물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위험화물의 분류와 관리가 허술할 뿐 아니라 일반화물과 뒤섞여 처리되는 사례가 많아 일반화물에 불이 날 경우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반화물에 난 불이 인화성 물질로 옮겨붙을 경우 일반화물의 불을 끌 때 사용하는 물 등 소화물질이 인화성 물질에는 오히려 불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월1일 외국계 물류업체 에이에이씨티(AACT)의 수입화물터미널 입구에서 5t 화물차량에 불이 나 절반가량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지켜본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그날 바람이 화물터미널 쪽으로 불었다면 불이 터미널 안쪽으로 번져 더 큰 사고가 날 뻔했다”고 전했다.
앞서 9월6일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 내부 창고에 보관 중이던 리튬 배터리에 불이 나기도 했다. 이 사고는 국토교통부 고시 ‘공항 이동지역 통제 규정’ 제21조에 따라 인천공항 항공정보실에 신고해야 하고 항공정보실도 국토부에 보고해야 하지만, 신고와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인천공항의 허술한 위험화물 관리는 관련 기관을 통해 지적됐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5월부터 인천공항의 위험화물 처리와 관련한 감사를 해 위험화물이 일반화물터미널에서 불법으로 취급·반출된 사실을 여러 건 적발했다. 국민안전처가 공항 화물 관리감독기관인 관세청에 통보한 ‘인천공항 항공 위험물 안전 감찰 결과 조치 사항’ 자료를 보면,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안에서 ‘위험물안전관리법’과 ‘보세화물 관리에 관한 고시’ 등 법규를 위반한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4월 위험물인 유해 화학물질 등 3만7848㎏을 모두 90회에 걸쳐 위험물터미널로 반입하지 않고 일반화물터미널에서 처리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도 올해 3월 위험물인 독성물질 등 9만3450㎏을 42회에 걸쳐 위험물터미널 아닌 일반화물터미널에서 취급했다.
또 지정 수량 이상의 위험물을 일반화물터미널에 보관하려면 ‘위험물안전관리법’ 제6조 제1항에 따른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소방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위반했다. 적법한 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4월5일에 인화성 액체 2248㎏을, 4월11일에는 인화성 액체 2434㎏을 일반화물터미널에서 저장·처리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한국공항 쪽은 “화물터미널에서의 화물 분류는 위험물과 일반화물을 구분·분류하는 작업으로 항공운송 과정에서의 안전한 포장 방법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세관 쪽은 “위험물안전관리법과 항공법 등 위험물 관련 법규정이 불명확해 세관과 항공사, 위험물터미널 운영업체의 위험물 처리업무에 혼선이 있었다. 위험물이 최대한 안전하게 처리되도록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