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재임 시절 청와대는 물론 국정원·경찰까지 나서 이른바 ‘좌파 직원 블랙리스트’를 건네며 내부 조처를 요구하는 등 인권위 인사 문제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현 위원장은 또 인권위 내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과 자주 만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구가 아니라 사실상 대통령의 하명을 받는 기구로 전락했던 셈이다.

2009년 7월 취임 직후 현 위원장이 직접 임명한 사무총장으로 8개월 동안 인권위에서 일했던 김옥신 변호사는 지난 7일 <한겨레>와 만나 “청와대는 인권위를 좌파들의 소굴로 봤다”며 “청와대·국정원·경찰 관계자들이 (나에게) 연락해와 (인권위 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긴밀한 협조를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긴밀한 협조’의 내용과 관련해 “현 정부와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나에게) 인권위 직원들의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직후인 2009년 10월, 시민단체 출신 인권위 직원 10여명을 거명한 이른바 ‘좌파 직원 블랙리스트’를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전달받은 바 있다.(<한겨레> 4월10일치 1면)

2010년 11월 상임위원 2명이 사퇴한 것과 관련해 김 변호사는 “2011년 초가 되면 기존 상임위원들의 임기가 끝나고 보수 성향 위원들로 대체돼 다수를 점하게 되는데도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었다”며 “현 위원장도 그런 분위기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진보 성향 위원들을 압박해 임기 전에 사퇴하게 되는 상황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당시 현 위원장은 운영규칙을 개정해 상임위원들로부터 안건 상정 권한을 박탈하려 했다.

광고

2010년 6월 김 변호사가 사무총장에서 사퇴한 뒤에도 현 위원장의 청와대 밀착 행보는 계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 고위 관계자는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 위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직후인 지난달 말 열린 간부회의에서 한 국장급 간부가 ‘조직 확대 문제로 협의할 일이 많아 지난해 현 위원장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 행정관을 만날 일이 많았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위원장 임기 만료 30일 이내에 후임을 임명하게 돼 있는 국가인권위법에 따라 오는 16일까지 신임 인권위원장을 임명해야 하는 청와대는 현 위원장 연임을 강행할 태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기류 변화는 없다.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 후보에 대해 야당이 제기한 여러 의혹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임명 강행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명선 안창현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