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조합이 건물 세입자와 보상에 합의하지 않아도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만 받으면 건물 철거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법률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김천수)는 22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시정비법) 제49조 6항에 대해 ‘용산역 전면 제2구역’의 건물 세입자인 이아무개(31)씨 등 22명이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 조항은 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면 세입자와 재개발 사업조합 사이에 별도의 규정이 없어도 해당 지역의 토지·건물 등에 대한 소유자와 세입자의 사용·수익권이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조항이 임차인에게 적용되는 경우 실질적·형식적 재산권 박탈의 효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도시정비법상 아무런 보상 규정이 없다”며 “이는 공동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 수용을 박탈하는 경우 그에 대한 보상을 법률로써 하도록 한 헌법 제23조 2항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도시정비법이 거주자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해 보상도 없이 침해되는 일부 임차인들의 재산권, 주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의 기본권 제한이 과도하다”며, 이 조항이 헌법 제37조의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심판 제청으로 ‘용산역 전면 제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재개발 사업을 위해 진행중인 명도소송은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며 건물 철거작업도 할 수 없게 됐다. 또 서울 도심 등 여러 재개발 사업의 진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법에는 심판사건이 접수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하게 돼 있다. 이씨 등의 소송 대리를 맡은 조동환 변호사는 “보상 규정의 흠결로 인해 그동안 도시정비 사업이 폭력적으로 진행됐고, 지난 용산 참사의 큰 원인도 바로 이 조항이었다”며 “앞으로 법률 절차가 강화돼, 주민들이 적절한 보상 협의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씨 등은 ‘용산역 전면 제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지난해 11월7일 세입자인 자신들을 상대로 건물인도 청구소송을 내자 지난 2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