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구의 부동산중개소에서 차로 10분 달려 도착한 밭은 동네 가운데 있어 마을회관과 좌우의 집들이 건너다보였다. 밭의 앞쪽은 넓고 뒤로는 좁아 길쭉한 삼각형 모양이었다. 주변보다 지대가 솟아있어 탁 트인 조망이 좋았다. 밭에는 단풍나무와 메타세쿼이아가 줄 맞춰 서 있었는데 땅 주인이 조경업자에게 밭을 몇 년간 빌려줘 심은 거라 했다. 이미 가로수나 조경수로 팔려갈 만큼 자라, 새 땅임자가 요구하면 나무를 뽑아간다는 동의가 있었다 한다. 아내와 나는 내심 농사 준비가 될 때까지 당분간 나무가 심겨 있어도 좋겠다 싶었다. 땅을 놀리면 자칫 농지처분을 예고하는 경고장이 날아올 수 있어서다.
허가 시 농림지역에도 농가주택 가능
우리를 데려간 중개인은 지목상 밭(田)인 이 땅의 용도지역은 농림지역이며, 농지법상으론 농업보호구역에 해당한다 했다. 여기서 길 하나를 건넌 위쪽은 용도지역상 계획관리지역이어서 규제가 덜하고 활용도가 높은 데 비해 이 밭의 투자가치는 좀 떨어지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농림지역에서도 건축 허가를 받아 총바닥면적 150㎡(약 45평) 이하의 농가 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중개인은 강조했다. 농막 설치는 물론이고 나중에 귀촌·귀농할 때 소박하게 집 짓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하수와 빗물이 빠져나가는 콘크리트 도랑(구거)이 밭 오른쪽을 타고 내려가 마을 초입의 냇가로 이어졌고, 전봇대도 밭 바로 옆에 있어 전기 인입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상수도는 아직 마을에 들어오지 않아 주민들은 지하수를 쓴다고 했다.

중개인은 우리 안색을 살피며 이 땅이 좋은 이유를 열거했다. 기억나는 것은 자기가 풍수지리를 좀 공부했는데 여기가 풍수적으로 볼 때 참 좋은 땅이라는 거다. 밭은 동남쪽을 향했는데, 뒤에 큰 주산(현무)이 있고, 좌우로 닭이 날개를 펼친 모양으로 동네를 감싸는 산줄기(청룡, 백호)가 내려왔다. 밭의 맞은편에 작은 안산(주작)이 보이고 그 중간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냇물이 흘렀다.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툭 터진 들판과 더 멀리 산맥의 주봉이 보였다. 풍수에서 말하는 ‘배산임수’의 지형조건을 다 갖췄다는 것이다. 땅을 팔아보려 하는 말인 것을 알면서도 듣자니 솔깃했다. 하지만 같이 간 회사 동료는 좀 유보적이었다.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00이 어머니, 땅은 원래 사계절을 다 살펴보고 사는 거라 했습니다. 몇 군데 더 다닌 다음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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