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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자신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 관저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자신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 관저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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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가운데, 국군방첩사령부 내부에서 올해 여름께 “부정선거 음모론은 근거 없다”는 취지의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를 ‘선관위 서버 탈취’에 활용하려 했으나, 정작 방첩사 내부에서는 ‘부정선거론’을 일축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올여름께 정성우 당시 방첩사 비서실장(현 방첩사 1처장)에게 “유튜브에서 주장하는 선관위 부정선거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소리냐”며 인터넷 자료 정리를 지시했다. 여 사령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총선이 끝난 초여름에 윤 대통령이 시국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격해지다가 계엄 이야기를 꺼내셨다”,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꺼내왔고, 이에 따라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여 사령관이 윤 대통령 등이 총선 패배 뒤 ‘부정선거론’에 경도되자, 이에 대한 자료 정리를 요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하지만 정성우 비서실장은 오히려 부정선거론의 허구성을 경고하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정성우 비서실장은 문건에서 ‘보고자 의견’으로 “이슈화된 대부분의 부정선거 의혹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미 확정돼 더는 소모적 논쟁이 불필요하다”, “법원 판단까지도 믿지 못하면서 객관성이 결여된 무리한 의혹을 지속 제기하는 집단의 일방적 주장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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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 실장은 “선관위 및 건전한 언론·시민의 보편적 관점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부정선거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에서 부정선거 주체 및 증거에 대해 제시하지 않고 △부정선거와 관련됐을 불특정 다수의 양심선언이 전무하며 △ 4년간 제기된 부정선거 관련 소송이 모두 불인정됐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문건의 말미에서는 “선거 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든 특정 진영을 중심으로 일부 의혹은 제기될 수도 있겠으나, 자유민주주의 및 선거 시스템이 고도화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주장이 대부분”이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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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방첩사 내부에서 ‘부정선거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윤 대통령 등 내란 핵심 세력은 12·3 내란 당시 방첩사를 ‘부정선거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 활용하고자 했다. 여인형 사령관은 계엄 당시 자신의 비서실장에서 1처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성우 처장에게 ‘선관위 서버를 복사하거나 통째로 들고나와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 처장은 법무실 검토 뒤 선관위 서버 탈취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정성우 1처장 쪽은 이날 “이러한 이슈의 대화 상대자가 대통령과 국방장관으로 추정된다는 걸 당시에 상상하지 못했다.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