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듭 출석을 요구한 데 이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협의체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도 윤 대통령 쪽에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가 정지된 뒤 검찰과 경찰·공수처가 경쟁적으로 윤 대통령 소환조사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16일 윤 대통령 쪽에 2차 소환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첫 소환 요구처럼 형법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적시해 윤 대통령 쪽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라’는 내용의 전자공문과 우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윤 대통령에게 ‘15일 오전 10시’ 소환을 통보했으나 윤 대통령 쪽은 변호인단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날 검찰이 다시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 등 강제 수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 군 핵심 지휘부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공수처로 이첩했고, 공조본은 이날 ‘오는 18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청사로 출석하라’며 윤 대통령에게 출석통지서 전달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통령경호처와 비서실이 출석통지서 수령을 거부하면서 불발됐다. 다만 공조본 쪽은 “우편등기도 동시 발송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출석 요구서 전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각 수사기관이 동시에 출석을 통보하면서 윤 대통령이 어디에서 조사를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과 경찰·공수처가 서로 조사하겠다며 각축을 벌이면서 피의자인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른바 ‘수사기관 쇼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피의자인 윤 대통령으로서는 가급적 1회 조사를 희망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수시기관을 선택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 주변에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수사기관에 나가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소환조사에 불응하면 법원이 발부하는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된 뒤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향후 대응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