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의 기소 여부를 심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6일로 예정된 가운데, 대검찰청이 최재영 목사 쪽에 회의 참석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김 여사 쪽은 참석하기로 해 수심위원들에게는 ‘무혐의’에 대한 근거 자료만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한쪽 주장만을 듣고 심의해야 하는 상황이라 ‘반쪽 회의’가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1일 한겨레 취재 결과, 대검은 지난주 김 여사 쪽 변호인에게 수심위 참석 여부를 묻고 ‘참석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역시 수심위에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 목사 쪽에는 이날까지 아무런 통보가 오지 않았다.
김 여사 쪽과 수사팀은 수심위에 각각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는데, 두 의견서 모두 이번 사건에 범죄 혐의가 없다는 주장만 담길 것으로 전망돼 수심위가 양쪽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못하고 무혐의로 결론 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수심위 회의에선 청탁금지법 위반뿐 아니라 뇌물수수,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 증거인멸 등 모두 6개 혐의에 대한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수심위에 김 여사 쪽만 부르고 최 목사를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주로 논의될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한 심의 결론에 영향을 받는 것은 김 여사가 아니라 최 목사다. 청탁금지법에는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명품 가방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처벌 대상은 금품수수를 신고하지 않은 윤 대통령뿐이다.
하지만 최 목사의 경우는 다르다. 명품 가방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다는 결론이 나오고 이를 검찰이 수용하면 최 목사는 기소 대상이다. 이 때문에 최 목사가 수심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기소가 불가능한 김 여사는 자유롭게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회의 결과에 따라 기소될 수도 있는 최 목사는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수심위가 최 목사의 참석을 배제한 채 무혐의 결론을 내린다면 불공정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목사의 변호인은 한겨레에 “검찰도 무혐의, 김 여사 쪽도 무혐의를 주장하면 수심위원들이 무엇을 근거로 무혐의가 아닌 결론을 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수심위원 경험이 있는 오지원 변호사는 “최소한 반대 입장을 피력할 고발인 등을 부르지 않는다면 ‘면피용 수심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처럼 검찰과 피의자의 입장이 같고 반대되는 의견을 이야기할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해 수심위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태원 참사 사건 수심위에 유족 쪽 변호인으로 참석한 경험이 있는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검찰은 ‘중립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자신들의 결론이 불기소라도 수심위에서 자신들의 결론과 관련된 의견만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검찰이 중립적인 의견을 내거나 양쪽 의견을 다 소개하면서 검찰 논거에 반대되는 증거도 제시하도록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