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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요? ‘독박 돌봄’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리죠.”

대전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방과후 전담사로 일하는 ㄱ(43)씨는 방학이 다가오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학사 일정이 초·중·고등학교와 유사하게 운영되는 국공립 유치원의 경우, 사립 유치원과 달리 방학이 길다. 하지만 방학 기간에도 등원을 희망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아, 유치원 문을 닫을 수 없다. 방학 기간엔 정규 교사는 출근하지 않고 방과후 전담사만 나와 아이들을 오롯이 맡게 된다. 무기계약 교육공무직원인 방과후 전담사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3곳에서 4746명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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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차 전담사도 두려운 ‘나 홀로 학교’

 

ㄱ씨가 일하는 병설유치원은 6~7살을 통합해 한 학급으로 운영하고 있다. ㄱ씨는 “방학 때 텅 빈 학교에서 유치원 한 학급만 불을 켜 아이들을 돌보고 있으면 굉장한 압박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학기 중에는 담임과 보건 교사가 있어 서로 협력이 가능하지만, 방학 땐 혼자 모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지난해 여름, 석면 제거 공사로 방학이 3개월로 늘어났다며 “유치원에서 일한 19년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원 지도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남아 있는 아이들에게 사고라도 날까 봐 두려웠다”며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학기 중에도 근무 환경은 녹록지 않다. 방과후 전담사 ㄴ(47)씨는 “정규 교사가 연차나 병가를 내면 교육청 인력 풀인 순회 교사가 투입된다. 하지만 전담사는 본인 인맥으로 대체자를 구해야 한다”며 “아파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해법 놓고 시각차

 

전담사 문제를 놓고 교육계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대전 지역 방과후 전담사들은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4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유정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은 “방과후 전담사는 방학 중 정규 교사가 빠진 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추가 수당도 받지 못한다”며 “인력 확충과 근로 조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교원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방과후 전담사의 고충에는 공감하면서도 교육과 보육이 분리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명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유아교육위원장은 “교육당국이 12시간 보육 등을 추진하면서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상시 근무가 가능한 전담 인력이 안정적으로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학교는 교육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고, 돌봄은 지역 사회가 책임지는 구조로 가야 한다. 방과후 전담사 등 인력 문제도 이런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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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학교 돌봄’을 확대하면서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까지 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모든 유아의 방학 중 등원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들을 돌볼 인력은 각 시도교육청의 자치권을 고려한다며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충분한 돌봄 인력 확보 등을 각 시도교육청에 권장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시니어 교육 자원봉사자를 투입하는 시범 사업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