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00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애국단체총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2014년 3월1일 서울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 및 기도회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애국단체총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2014년 3월1일 서울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 및 기도회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

자유연대 등 10여개 보수단체
모두 서울 ‘종로빌딩’에 입주
‘이명박근혜’ 정권 시기 급성장
태극기부대 등 우파 확성기 구실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방송통신 정책기관 흔들기에 앞장서는 등 사실상 언론장악의 ‘전위대’ 구실을 하는 일부 보수 단체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불법적 지원으로 성장한 ‘아스팔트 우파’ 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는 보수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국정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았고, 이후 간판을 바꿔 달며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현재에 이르렀다. 이름이 다른 여러 단체가 핵심 인사와 사무실 주소 등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가 속한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공동취재팀)이 언론장악의 최일선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들 단체의 뿌리를 추적했다.

“수신료 거부, 종로빌딩 단체가 주도”

“일단 1단계, 전기요금에 징수되는 시청료를 분리징수해야 한다. 시청료가 안 들어가야 케이비에스(KBS) 직원들이 반성도 하고, 구조조정도 한다. 케이비에스, 엠비시(MBC)는 대한민국에 없어도 괜찮다. 요즘은 유튜브가 뉴스를 다 전해준다.”

광고

지난해 3월30일 한 우파 유튜브에 등장한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오늘부터 케이비에스 시청료 거부 운동을 시작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시기는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누리집에 ‘국민참여 토론’을 제안(3월9일)하며 티브이(TV) 수신료 분리징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던 때다. 정부 방침에 발맞춰 보수 단체가 행동으로 호응한 셈이다. 이희범 대표는 수신료 거부 서명 운동을 소개하며 “우리 자유연대”와 함께 ‘여기 종로빌딩에 있는 단체’가 주도했다고 설명한다.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가 지난달 ‘자유연대 유튜브’ 채널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자유연대 유튜브 갈무리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가 지난달 ‘자유연대 유튜브’ 채널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자유연대 유튜브 갈무리

종로빌딩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 자리한 12층 건물이다. 공동취재팀은 각 단체 누리집과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자유연대, 새미래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 언론테러범시민대책위원회, 한국엔지오(NGO)연합 등 적어도 10곳 이상의 보수 단체가 종로빌딩에 입주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언론·미디어 분야를 포함해 각종 정치·사회 현안이 대두될 때마다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고소·고발에 나서는 등 정부·여당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해 왔다.

광고
광고

이 중 새미래포럼과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최근 2년여간 여당 국민의힘이 주최한 언론 관련 국회 토론회에 가장 많이 참여한 곳으로 꼽힌다. 새미래포럼의 경우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와 함께 이른바 ‘방송장악’ 실행자 노릇을 할 인사들을 미디어와 언론 유관기관에 대거 진출시켰다. 또 자유언론국민연합은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지난해 한국언론재단의 사업 지원을 받아 ‘가짜뉴스 시상식’을 개최하는 등 정권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 몰이’하는 데 주력했다.

‘이명박근혜’ 시절 그들의 귀환

이 단체들은 사무실 주소지뿐 아니라 핵심 인사도 공유하는데 그 중심에는 이희범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자유연대 외에도 한국엔지오연합, 언론테러범시민대책위 대표, 국민노조 위원장 등 종로빌딩 보수 단체 다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가 발행인으로 있는 인터넷 매체 ‘엔지오프레스’는 이 대표를 “애국심 하나로 30년 외길 ‘우파 시민단체’를 지킨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광고

문제는 이희범 대표의 경력이 보수 정권의 불법적 지원 아래 성장한 ‘관변 단체’의 역사와 깊이 얽혀 있다는 점이다. 그가 사무총장을 지낸 애국단체총협의회(애총)가 대표적이다. 이 단체는 2014~2016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주도하여 자금을 공급했던 우파 단체 중 하나다. 2017년 특검과 검찰 수사에 따르면 청와대 요구를 받은 전경련은 회원사인 삼성, 현대자동차, 엘지(LG), 에스케이(SK) 등 대기업 자금으로 보수 단체 42곳에 3년간 약 69억원을 지원했다. 애총 역시 이때 주요하게 지원받은 단체다.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보수 단체 지원 목록에서도 이 대표와 관련이 있는 단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대항 세력을 자처했던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라는 단체의 사무총장을 지냈는데, 이 단체는 국정원을 통해 대기업 지원을 받았던 곳이다. 국정원은 2009~2012년 공기업·대기업과 보수 단체를 짝지어 자금을 지원받게 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육성했다. 원세훈 국정원장 등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2011년 지에스(GS)에서 6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지난 8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종로빌딩의 모습. 3층 창문에 입주 단체 이름이 붙어 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지난 8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종로빌딩의 모습. 3층 창문에 입주 단체 이름이 붙어 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청와대와 국정원이 그림을 그리고 대기업이 돈줄을 대며 보수 단체 배를 불렸던 이 시기, 광장은 늘 시끄러웠다. 애총은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 2015년 역사 국정 교과서 논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등 국면에서 집회·회견을 열어 보수 우파 세력의 스피커를 자처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는 대규모 ‘맞불 집회’를 조직하여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불씨를 댕기기도 했다.

‘화이트리스트’ 논란 뒤 리모델링
대선 국민의힘 선대위 참여하고
윤 당선되자 언론탄압 여론 조성

광고

새 간판·새 의제, ‘언론 정상화’

애총 쪽은 이런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직격탄을 맞은 뒤 자유민주국민연합, 자유연대 등 단체로 탈바꿈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공언련 등과 교류하며 ‘가짜뉴스 토론회’를 열고, 티브이 수신료 폐지를 주장하며 서명 운동을 벌이거나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문화방송 광고 중단 촉구 시위를 하는 등 언론 분야 돌격대로 나섰다. 지난달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폭로한 신고자를 ‘민원인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희범 대표의 이름은 2020년 12월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권 조기 퇴진’을 주장하며 꾸린 ‘폭정종식 민주쟁취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단,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시민사회본부장) 등 명단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선대위 시민사회본부장 직급은 보수 시민단체를 통해 정부 비판 언론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대선 캠프 투게더본부 부실장)보다 높은 직급이다.

공동취재팀은 지난 17일 전화통화와 대면 인터뷰로 ‘언론장악 돌격대’, ‘관제 지원’ 논란 등에 대한 이희범 대표의 반론을 들었다. 이 대표는 “종로빌딩은 지난 20년간 자유 우파 시민사회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상황이 악화하니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 결성하고 활동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문제가 언론 문제다. 특히 허위사실·가짜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뉴스화해서 확장하는 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보수 정권 화이트리스트 논란과 관련해서는 “국정원(이명박 정부)이 지원한 게 아니다. 기업이 지원했다. 민주당이 정권 잡았을 때는 조 단위가 시민사회에 뿌려졌다.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라고 해봤자 얼마 안 되는 푼돈인데 큰일이 있는 것처럼 다 압수수색하고 구속하고 잡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