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이 국내 최초로 심장이 몸 바깥으로 나온 채 태어난 ‘심장이소증’ 신생아 치료에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7일 심장이소증을 앓는 신생아의 심장을 흉강 안으로 넣고 가슴 부위를 배양 피부로 덮는 재건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심장이 몸 바깥으로 나와 있는 심장이소증은 100만명 중 5∼8명에게만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초희귀 선천성 질환이다. 환자의 90% 이상은 출생 전 사망하거나, 태어나더라도 72시간을 넘기지 못 하고 숨지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를 갖고 싶었던 박서린양의 부모는 난임을 겪다 14차례의 시험관 시술 끝에 서린이를 가졌다. 그러나 임신 12주였던 지난해 11월 초음파에서 심장이소증 진단을 받았다. 처음으로 진료를 받은 병원에서는 살아서 태어나기 어렵고, 태어나도 3일을 넘기기 힘드니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서린이의 부모는 희망을 잃지 않고 마지막으로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지난 4월10일 38주 만에 태어난 서린이는 심장을 보호해야 할 흉골이 없고, 가슴과 복부의 피부조직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흉부가 열려 있는 상태였다. 태어난 아기는 울면서 힘을 줄 때마다 심장과 폐 일부가 몸 밖으로 밀려나왔고, 폐 기능이 극도로 저하돼 스스로 호흡해 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태였다. 아산병원은 “신생아의 심장이 체외에 완전 노출된 경우는 국내에서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전했다.
서린이를 살리기 위해 소아청소년심장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성형외과, 소아심장외과, 산부인과, 융합의학과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학제 협진에 나섰다. 이들은 흉강 내 공간을 확보해 심장을 넣은 뒤 그 위를 배양시킨 피부로 덮어 흉부를 재건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태어난 다음날인 4월11일 임시로 인공피부를 덮는 수술을 시행했고, 5월에는 세 차례에 걸쳐 심장을 흉강에 넣는 수술을 진행했다. 세 번째 수술만에 심장 전체가 흉강 안에 자리 잡을 수 있었고, 6월에는 서린이의 피부를 소량 떼어내 배양한 자기유래 배양피부를 흉부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서린이는 생후 두 달 만에 심장이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흉부는 여전히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태였다. 이에 의료진은 쓰리디(3D) 프린팅을 이용해 흉벽이 벌어지지 않게 양측 흉곽을 모아주는 맞춤형 흉부 보호대를 제작하고, 재활치료를 진행했다. 이후 서린이는 건강을 점차 회복해 일반병동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최근 퇴원해 정기적으로 외래진료를 다니고 있다. 서린이는 최종 교정을 위해 3살 이상까지 성장한 후 추가 수술을 할 예정이다.
서린이의 어머니는 “14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만난 소중한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심장이소증에 대한 치료 사례와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서울아산병원 모든 의료진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 방법을 찾아내며 희망을 줬다. 서린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백재숙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는 “진료의 매 순간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린이가 보여주는 작은 변화들이 의료진에게 분명한 희망이 됐고, 그 희망이 다음 치료 단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바탕이 됐다”면서 “한 걸음이라도 계속 내딛으려는 마음이 새로운 가능성과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희귀 질환을 가진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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