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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의 갱년기? 갱생기!’는

완경(폐경)을 앞두고 있거나, 경험한 40~60살 여성(feat. 남성 포함)을 위한 한겨레만의 콘텐츠입니다. 갱년기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50살 김미영 기자의 생생한 체험담과 함께 여러분의 갱년기를 ‘갱생기’로 바꿔줄 각종 방법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격주 수요일 찾아뵙겠습니다.

ep1. 처서가 지나서일까요?

지난 8월23일은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인 처서였어요.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처서를 지나면 여름이 마법처럼 사라진다고 했었지요. 물론, 올해는 지금까지 더위가 한풀 꺾이지 않은 채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말이죠.

날씨도 변하고 사람 마음도 변한다지만,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지만…지금 제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네요. 날씨는 안 변했지만 마음이 변한 것 같고, 마음이 요동치는 중년의 ‘질풍노도’를 겪고 있어서인지 가을이 마치 여자의 계절처럼 느껴지니까요.(feat. 여름 휴가를 핑계로 ‘갱년기 갱생기’를 1회 쉬었던 이유이기도 해요.)

솔직히 최근까지 갱년기 증상을 경험한 적은 크게 없었어요.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서글프지 않았고, 오히려 ‘50살이야!’ 당당하게 외치고 다녔으니까요. 그랬던 제가 요즘은 사소한 이유로 화를 내고, 감당할 수 없는 우울감이나 슬픈 감정에 내몰리며, 가끔은 눈물을 흘려요. 이런 저를 ‘저조차도’ 이해하거나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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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하는 마음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데, 내 인생을 왜 이럴까?’

지금껏 살아온 삶에 대한 허무, 회의, 미련, 불만족, 후회 같은 감정이 폭풍처럼 밀려온 것이 가장 큰 이유 같아요. 그런 생각 가져본 적 없으세요? 나는 정말 ‘남부럽지 않게’ 살고자 했는데, ‘요모냥 요꼴’로 살고 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내 뜻과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없고, 뭔가를 해도 잘 안풀리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고. 남부럽지 않은 환경인데 왜 이리 인생이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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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이제 커서 엄마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고. 이제는 몸도 내 맘처럼 움직여주지 않네? 수영을 십수년 했는데도, 실력이 나아지기는커녕 잘해야 현상 유지(feat. 오히려 퇴보).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에서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고, 이제는 친구들과 회포를 풀고 싶어도 자정까지 버틸 수가 없네! 정년퇴직이 코앞인데 모아둔 돈은커녕, 매달 생활비 대기도 빠듯해 노후 대비는 엄두도 못 내네!’

주변의 모든 일들이 ‘걱정’과 ‘근심’으로 다가오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원인을 찾았더니, ‘갱년기 우울증’이었어요. 언젠가는 찾아오려니 막연하게 생각했던 갱년기, 달갑지 않은 통과의례라고 여겼던 갱년기가 몸이 아닌 제 ‘마음’에 스멀스멀 똬리를 틀고 있던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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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모든 것이 무기력하다”면 의심해볼만

의학적으로 갱년기 우울증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 즉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세로토닌, 도파민 등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감정 조절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좌절감과 불안감이 심화되며, 심할 경우 자살 충동까지 느낄 수 있어요.

대체로 40~55살 중년의 경우, 여성은 폐경을 겪으며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기 때문에 더욱 예민해지고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요. 남성은 자녀들이 출가하고 평생을 일해온 직장을 그만둘 시기인 50~60대에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아빠의 권위가 흔들려 점점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생각 때문에 억울함과 울화가 쌓이는 경우가 많고요. 이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울증’으로 발현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예민해진 아내와 엄마, 남편과 아빠, 며느리, 사위, 아들, 딸, 친구의 모습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체 요새 왜 그러느냐?”고 화를 내는 일이 많아요. 그러면 다시 마음에 상처를 받고, 우울감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지요. 이러한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결국 모든 일에 흥미를 잃거나 잘 웃기도 않게 되고, 모든 일에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극심한 갱년기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이고요.

제 주변을 보니 노화로 인한 외모 변화나 떨어지는 신체 기능으로 인한 ‘상실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직장에서의 만족도(워킹맘) 또는 가정 내에서 자신의 지위와 역할(전업주부)에 대한 고민과 회의에서 기인한 측면이 커보이더라고요. 예를 들면, ‘쟤는 승승장구하는데, 나는 왜?’ ‘우리 딸은 왜 ○○네 집 애들처럼 공부를 못할까?’ ‘우리 남편은 왜 무능하고 게으를까?’ ‘우리 부부는 왜 사이가 좋지 않을까?’ ‘내 자녀는 왜 나에게 살갑지 않을까?’ 처럼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 불만과 회의 등이 쌓여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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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에는 심리적 질풍노도, 즉 우울증과 함께 안면홍조, 불면, 무기력감, 관절통,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언어능력 저하 등 다양한 증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감정 변화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안 돼요.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짜증을 내는 행위처럼, 내 몸에서 나타나는 심리적·신체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어요. 남이 아닌 오로지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나의 제2의 삶을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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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신나는 갱년기도 가능해요

이화정 작가는 자신의 책 ‘웰컴 투 갱년기’에서 “몸이 보내는 신호에 다정히 응답하며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이전과 다른 일상을 경험할 기회를 주기 위해 애써보는 것,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내가 다시 열심을 낼 기회가 생긴다면, 오로지 나를 위해 쓸 것. 그래서 후배들에게 파닥파닥 재밌고 신나는 갱년기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을 제안했어요.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유레카!’를 외쳤어요. 규칙적인 생활, 운동, 수면 및 영양 관리 등 의학적인 방법으로 갱년기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실천하면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 싶었거든요. 솔직히 내가 지금 행복한데, 우울증이 있을 수 있나요?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남이 아닌 ‘나’만 생각하는, 철저히 이기적인 생각을 갖는 게 우선이에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하는 것 처럼 마음을 정화시키면서 우울증을 이겨내보세요. 저는 1980~2000년대 발라드 음악을 자주 듣는데,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니면 제 친구처럼 유명 연예인의 극성팬이 되어서 덕질(?)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 친구는 “뒤늦게 뛰어든 덕질이 지금 나를 파닥파닥 뛰게 만든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취미생활을 하거나,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여가를 즐기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방법이에요. 아무리 무기력하고 우울하더라도 막상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면 기분을 바꿀 수 있거든요. 거창한 취미활동이 아니더라도 사람들과 만나 잠깐 수다를 떨며 교류하는 것도 충분히 취미가 될 수 있어요.

어학, 자격증 등 새로운 공부를 해보거나, 반려동물을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공부는 기억력 감퇴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니까 더욱 좋지요. 단, 취미생활을 하든, 공부를 하든, 반려동물을 키우든 간에 가장 중요한 건 ‘즐겁고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현재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우울감을 숨기지 말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풀 기회도 자주 만들어보세요. 제 경우 학창시절 사귀었던 친구들과 만나 회포를 풀 때 가장 도움이 많이 됐어요. 아무래도 저를 가장 잘 알고,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으며, 제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더라도 지지해줄 수 있는 이들이니까요. 과거의 추억을 소환해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이제는 친구들의 자녀들도 다 큰 만큼 시간적 여유도 많아졌으니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어거나, 여행계를 조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화정 작가는 갱년기를 ‘나를 제대로 대접하는 시기’로 보내라고 조언했어요. 그는 “30년 넘게 쓴 생리대 값을 합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일 터. 매달 생리대, 진통제에 쓰던 돈을 완경 기념으로 따로 떼어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면 어떨까?”라고 말이죠.

우울하다고 ‘집콕’만 하지 마시고, 날도 이제 선선해지고 있으니, 지금껏 해보지 못한 것을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해보는 건 어떠세요? 이화정 작가의 말처럼 “이제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을 기회로 삼고, 더이상 양보하지 말고 미루지도 말고 일단은 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러면 내게 찾아온 불청객, 우울증 까짓것 ‘싹 다’ 날려버릴 수 있을 거예요.

‘김미영의 갱년기? 갱생기!’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궁금했던 내용이나 정보, 나만의 건강 비결이 있다면 언제든지 kimmy@hani.co.kr로 연락 주세요!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