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뜻을 밝힌 대한의학회(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는 의사 단체 중에서도 의학 연구·교육을 주관한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내년 의대 신입생 입학이 다가오는 가운데 의료 공백의 출구가 보이지 않자, 두 단체가 먼저 정부·정치권과 대화에 나선 모양새다. 향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다른 단체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지만,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이날 한겨레에 “‘퍼스트 펭귄’의 심정으로 (다른 단체가) 뒤따라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단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의학회·의대협회는 입장문에서 “하루라도 빨리 의료가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의대생 집단 휴학이 계속되고 전공의 집단 사직도 8개월을 넘긴 상황에서, 내년 3월까지 의-정 갈등이 이어지면 신규 의사·전문의 배출도 차질을 빚어 의료기관의 의사 인력 수급이 끊길 수밖에 없다. 올해 수능이 예정된 다음달 전에 2025·2026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등을 논의해 의대생·전공의가 돌아올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들 단체 주장이다.
교육 환경이 부실한 의대가 인증 취소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개정이 다음달 4일 예정된 점 역시 협의체 참여를 결심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교육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교육 여건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의대의 인증 취소를 1년 유예하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에 의사 단체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으로 악화된 교육 여건을 감추려 한다며 반발해왔다. 의학회·의대협회는 협의체에서 해당 개정안 폐기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입법 권한이 있는 정치권이 함께 참여한 점도 두 단체를 유인했다. 협의체 논의를 거쳐 결정한 내용을 법률에 반영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의대 정원을 보건인력 추계위에서 정한다는 것을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 등 보건의료인력 수급을 산정하는 위원회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의대 증원 백지화’만을 외치던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리더십이 흔들리며 의사 단체들에서 ‘협의체 참여’ 목소리가 커진 측면도 있다. 의협이 사태 초기부터 의사 단체의 ‘단일 창구’라고 자처했지만, 임현택 회장이 최근 탄핵 위기에 몰리는 등 단일 대오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전의교협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3일 회의 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선배 의사’들의 태도 변화에도 전공의들은 불참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환자단체는 환자를 뺀 채 출범할 협의체에 반대 뜻을 밝혔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성명을 내어 “피해자이고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환자들을 배제한 협의체를 출범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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