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가 역대 최강의 우주발사체 스타십의 13차 시험발사에서 준궤도 비행을 완벽하게 마쳤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엑스는 다음 시험비행에서 궤도 비행에 도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발사에선 처음으로 실제 스타링크 위성 20기를 우주에 배치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스페이스엑스는 24일 오후 6시50분(한국시각 25일 오전 7시50분) 텍사스 보카치카 해변의 전용 발사장 스타베이스에서 스타십을 발사했다. 지난 5월 12차 발사 후 2달만에 이뤄진 이날 발사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아르테미스 유인 달 착륙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3세대 스타십의 두번째 발사였다.
높이 124.4m의 3세대 스타십은 한 번에 100톤의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다. 이번 발사는 애초 지난 16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엔진 일부가 점화되지 않아 발사 직전 중단된 바 있다.
13차 시험비행의 모든 과정은 12차 때와 똑같았다. 슈퍼헤비는 발사대로 복귀하지 않고 발사 6분30초 후 멕시코만(아메리카만) 해상에, 스타십은 지구를 반 바퀴 이상 돌아 1시간6분여만에 오스트레일리아 북서쪽 인도양 해상에 부드럽게 착수했다. 스페이스엑스 대변인 댄 후옷은 “스타십이 온전한 상태로 바다에 착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꿈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12차 발사에선 슈퍼헤비가 하강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멕시코만으로 추락했고, 상단 추진체 엔진 중 하나는 예정보다 일찍 꺼졌으나 이번엔 모든 과정이 예정된 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비행 중 일부 엔진 재점화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실제 위성 20기 첫 배치…성능 시험까지
12차 시험비행 때와 달라진 것은 처음으로 실제 3세대 스타링크 위성 20기를 탑재해 짧은 시간 동안 배치와 성능 시험을 했다는 점이다. 위성 20기는 10여분간에 걸쳐 모두 성공적으로 사출됐다. 스타십이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엑스가 운용하고 있는 인터넷 군집위성이다.
위성들은 스타십과 동일한 준궤도 궤적을 따라 이동했으며, 배치 후 약 20분 뒤 대기권에 재진입해 소멸됐다. 스페이스엑스는 그 사이 지상 기지국 및 다른 스타링크 위성과의 레이저 통신 네트크워크는 잘 연결되는지 시험했다. 무게가 2톤으로 늘어난 3세대 스타링크는 스타십을 통해서만 군집 발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오늘 시험은 3세대 스타링크가 우주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스타링크 위성군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엑스는 이번 발사 성공을 토대로, 다음번 발사에선 처음으로 궤도비행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엑스의 그윈 샷웰 사장은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13차 시험발사 결과에 따라 14번째 비행에서는 궤도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파트 40층 높이의 역대 최강 로켓
역대 가장 크고 강력한 로켓인 3세대 스타십은 1단 슈퍼헤비(높이 72.3m)와 2단 스타십(높이 52.1m)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 아파트 기준으로 40층이 넘는 높이다. 엔진 수는 1단 슈퍼헤비에 33개, 2단 스타십에 6개를 합쳐 모두 39개다.
1단 슈퍼헤비의 추력은 약 8200톤으로, 1960년대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낸 새턴5 로켓은 물론 새로운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에 쓰이는 에스엘에스(SLS) 로켓보다 2배 이상 강력하다.
스페이스엑스의 주력 로켓인 팰컨9과 비교하면 무려 11배 더 강하다. 다만 기체를 무거운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작하고 100% 재사용을 위해 복귀용 연료를 대량 탑재하는 특성상, 저궤도(LEO) 탑재 용량은 팰컨9(22.8톤)의 4.5배 수준이다. 한 번에 탑재할 수 있는 용량이 늘어나면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발사 횟수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3세대 스타십에는 이것 말고도 다양한 성능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우선 슈퍼헤비 부스터에선 그리드 핀(격자형 날개)을 4개서 3개로 줄이고, 크기는 50% 키웠다. 이는 발사체 회수 때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리드 핀은 슈퍼헤비가 임무를 마친 후 지상으로 돌아올 때 방향과 자세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상단 스타십에는 아르테미스의 달 착륙 임무 때 연료 공급을 위한 도킹 시스템이 추가됐다. 우주에서 도킹할 때 사용하는 깔때기 모양의 ‘도킹 드로그’ 4개가 추가됐고, 추진제 이송용 연결부가 설치됐다.

달 유인 착륙선 기반이 될 3세대 스타십
스페이스엑스는 3세대 스타십을 기반으로 달 유인 착륙선 HLS를 제작할 예정이다. HLS 버전에선 대기권 재진입에 필요한 날개와 방열판을 없애고 대신 달 표면 착륙용 다리와 추력기를 추가한다.
스타십의 연료는 케로신(등유)을 쓰는 팰컨9과 달리 메탄을 쓴다. 메탄은 케로신에 비해 에너지밀도는 떨어지지만 그을음이 없어 재사용에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로켓은 가벼운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를 소재로 사용하지만 스타십은 스테인리스강을 쓴다. 스테인리스강은 두 소재에 비해 무겁다는 단점은 있지만 극고온과 극저온에도 잘 견디고 다루기도 쉬워 재사용에 유리하다.
스타십 개발은 2019년 4월 소형 시제기 스타호퍼 시험비행을 시작으로 구체화돼, 2023년 4월 1단 슈퍼헤비와 2단 스타십이 결합된 완전체 스타십의 첫번째 시험비행이 이뤄졌다. 2024년 10월 5차 시험발사에선 발사한 슈퍼헤비를 다시 발사대로 복귀시켜 로봇팔(메카질라)를 이용해 포획하는 이른바 ‘젓가락 회수’ 기술에 성공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12차례 시험발사 중 7번은 성공했고, 5번은 실패했다.
스페이스엑스는 2027년에는 높이 142m, 추력 1만톤의 4세대 스타십을 최종 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4세대에선 2단 스타십의 엔진 수를 9개로 늘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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