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영토조항 문제는 이번 <한겨레>와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문항에서는 제외됐지만, 개헌 논의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 중 하나다. 섣불리 개정을 시도할 경우 보수-진보간 이념 논쟁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크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영토조항 개정에 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토조항이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3조를 가리킨다. 1948년 제헌헌법부터 변함 없이 유지돼온 조항이다. 문제는 70년 남짓 분단이 지속돼온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이 대한민국 영토라는 이 조항에 현실성이 있느냐다. 무엇보다 북한은 국제법상으로는 유엔에 가입한 엄연한 독립국가다. 게다가 헌법에 자국 영토를 규정하고 있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드물고, 북한 헌법도 별도의 영토조항이 없다.
이처럼 논란의 소지가 적잖은 영토조항이지만, 삭제할 경우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정치권과 학계의 중론이다. 제헌헌법 이래 70년 가까이 유지돼온 이 조항을 없앨 경우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한국이 통일 의지가 없는 것처럼 잘못된 신호를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조항이 없을 경우 북한 급변사태 때 주변국들이 개입해 신탁통치를 시도하거나, 남한과 별개의 영구중립국으로 만들려고 해도 저지할 명분을 찾기 어려워진다는 게 이 조항 유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영토조항이 북한 이탈주민의 입국과 남한 국적취득을 용이하게 만드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대법원은 헌법상 북한지역도 대한민국 영토인 만큼 북한 공민권을 가지고 있으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판시해왔다.
이런 이유로 현행 영토조항을 유지하면서, 3조에 새로운 항을 추가해 현실 정합성을 높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한반도 전역과 부속도서를 영토로 하되, ‘통일 이전까지는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에 대한 관할권 행사를 유보한다’거나 ‘남북관계의 성격, 운영 및 발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항목을 삽입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개헌론자들 사이에는 조항의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자칫 격렬한 이념 논쟁을 촉발해 개헌 논의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으니 영토조항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만만찮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