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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 관저에 설치된 골프 연습시설 모습. 감사원 제공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 관저에 설치된 골프 연습시설 모습. 감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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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경호처가 대통령 관저에 불법으로 골프 연습 시설을 신축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공사 관련 문서를 조작한 것이 감사원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이 견적액보다 낮은 비용에 공사 계약을 체결해주고 발생한 공사비를 하도급 업체에 떠넘긴 정황도 포착됐다. 현대건설이 향후 국책사업 등 수주를 노리고 ‘뇌물성’ 공사를 해 준 게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감사원이 29일 발표한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감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경호처는 2022년 5월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의 지시로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후면에 70㎡ 규모의 골프연습 시설을 신축해, 같은 해 8월 준공 처리했다.

경호처는 당시 현대건설에 정식 계약도 맺기 전인 6월께부터 공사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한달 뒤 정문 초소 등 시설물 공사 2건을 추가해 약 1억4천만원에 공사 계약을 맺었다. 현대건설은 애초 하도급 업체들로부터 공사 비용이 2억5900만원 상당 소요된다는 견적을 받았는데, 이보다 1억1900만원 저렴한 액수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게다가 경호처가 현대건설에 최종 지급한 공사대금은 1억3500만원으로 이보다 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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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대건설은 실내건축 전문 ㄱ업체와 약 1억2800만원에 해당 공사 하도급 계약을 맺고, 실제 필요한 공사대금 3억1700만원을 ㄱ업체가 대신 내도록 요구했다. ㄱ업체는 감사원 조사에서 ‘현대건설로부터 1억여원만 받고 별도의 3개 업체에 재하도급을 주면서 3억원 가량의 공사 대금을 모두 충당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에서 지급받은 액수보다 실제 공사비가 많이 들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하도급→재하도급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 ㄱ은 현대건설로부터 (공사비) 보전 약속을 구두로 받고 대납을 해 줬다”고 말했다.

감사원 결과를 보면, 공사는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 공사명을 ‘초소 조성공사’로 해 골프 연습 시설 신축 사실을 감췄고, 골프장 시설공사나 준공 뒤 사용을 위해선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승인이 필요하지만 이런 절차도 건너 뛴 것으로 드러났다. 준공 검사가 끝난 뒤인 2022년 8월까지도 경호처는 관할 지자체인 서울 용산구에도 준공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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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감사원 관계자는 “현대건설 상무와 현장소장 등은 (경호처와 이런 계약을 하도록) 회사 고문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고문은 현대건설 자문역 이아무개(육사 44기)씨로, 김종철 당시 경호차장과 육사 동기다. 김용현 전 경호처장(육사 38기)의 후배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이 영빈관 건설이나 부산 가덕신공항 등 국책사업 수주를 염두에 두고 ‘육사 인맥’을 고리 삼아 대가성 공사를 해준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는 지난해 1월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재감사를 청구하며 “공사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계약이 불분명한 공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있고, 이를 뇌물로 볼 여지도 있다”며 이를 살펴볼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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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골프 연습시설 설치를 지시했는지, 현대건설이 왜 손해를 보면서까지 경호처와 이런 계약을 맺었는지 등은 밝히지 못했다. 다만 김 전 차장이 직원들에게 ‘(대통령에게 보고할) 골프연습 시설 내부 인테리어 시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던 점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작은 규모로 손해가 나는 공사를 현대건설이 왜 했는지는 미스터리”라며 “현대건설이 무엇을 대가로 1억4천만원에 계약을 맺었는지 (그 이유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감사원은 현대건설의 공사 대납 요구가 하도급법 위반 소지만 있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적절한 조치 방안을 요구하는 수준의 처분을 내렸다. 뇌물 혐의에 대한 수사 요청도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대신 지난해 8월 김건희 특검이 감사원을 압수수색할 당시 해당 감사 자료를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은 특검 수사 기간 동안 이 의혹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윤 전 대통령과 현대건설을 뇌물 혐의 피의자로 적시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차 종합특검 수사 대상에 관저 이전 의혹 사건이 포함된 만큼, 향후 2차 종합특검에서 관련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