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의제 조율을 위한 한·중 양국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한국은 한반도 정세 관리를 위해 중국과 대북 정책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 하고, 중국은 중-일 갈등 속에서 한국이 중국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대만 문제에서 한국의 좀 더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오후 한·중 외교부 장관은 오는 4∼7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하기 위한 통화를 했다. 한·중 외교부가 1일 새벽 내놓은 발표문을 보면, 한·중 양국 모두 한·중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공감대를 보인다. 한국 외교부는 양국 장관이 “2025년의 한·중 관계 발전 추세를 평가하고, 양국 모두에 새해 첫 국빈 정상 외교 일정인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중 성공을 위해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주임이 “양국 정상의 전략적인 인도 아래 중·한 관계는 바닥을 벗어나 정상 궤도로 복귀했고, 점차 호전·발전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을 중시·환영하고, 양국의 공동 노력 아래 이번 방문이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새로운 진전을 얻도록 추동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1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윤석열 정부 시기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한·중관계를 개선하는 물꼬를 튼 데 이어, 이번 국빈 방중으로 양국관계 발전의 동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일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번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통해 경제, 문화, 민생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력 관계를 심화시키려 한다. 미-중 패권 경쟁의 위태로운 국면에서 한국이 한·중관계를 관리하는 실용외교 방식이다. 한국 경제에 중요한 공급망 안정화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미·일이 안보·경제적으로 밀착해 중국을 견제하는 흐름을 바꾸기 위해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사이에는 민감한 난제들도 줄지어 있다.
한국 정부는 내년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미 접촉이 본격화할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그 전에 중국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판단해 이번 방중을 서둘러 추진했다. 이번 방중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 북한이 대화로 나올 수 있도록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긍정적이고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북·중 정상회담 등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보도 등에서도 한국과 북한·북핵 문제를 논의했다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 대해 1일 한국 외교부는 양국 장관이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역내 안정과 번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지만, 중국은 이런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은 중일 갈등 속에서 한국이 중국 편에 설 것과 대만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왕이 외교부장은 31일 통화에서 조현 장관에게 “일본 일부 정치 세력이 역사를 후퇴시키려 시도하고 침략·식민 범죄를 복권하려는 상황을 맞아 한국이 역사와 인민에 책임지는 태도를 갖고, 올바른 입장을 취하며, 국제주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는)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포함된다”고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조현 장관이 “한국이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우선, 중국은 중-일 갈등 속에서 한·중이 공동으로 항일을 했던 역사를 부각하며 중-일 갈등 속에 한국이 중국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상하이에서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을 맞아 임시정부 청사 등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중국에선 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이 한국에 대해 ‘하나의 중국' 문제를 강한 어조로 거론하면서 한국의 입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 전구는 지난 29~31일 대규모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실시했는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미국 트럼프 정부가 12월 말 111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것, 대만 라이칭더 정부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은 신년사에서 “양안 동포의 피는 물보다 진하며 조국통일의 역사적 대세는 막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대만 문제는 현재 중국 정부의 핵심 의제다. 한국은 2021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후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고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중국은 한국이 수교 당시에 했던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보다 명확히 밝히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언급을 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도 서해 한·중 잠정조치 수역 내에 중국이 설치한 대형 철제 구조물,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도 한-중 정상회담의 민감한 과제다. 특히 한국의 핵잠 건조에 대해 중국은 우선은 “한·미 양국은 핵비확산 의무를 이행하고 지역 평화·안정을 촉진하는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면서 경계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이 최근 대규모 핵잠수함을 공개한 것 등을 근거로 한국의 핵잠이 북한의 핵무기 확대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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