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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2014년 완공되었지만 아직까지 개통되지 않고 있다. 단둥/이제훈 선임기자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2014년 완공되었지만 아직까지 개통되지 않고 있다. 단둥/이제훈 선임기자

북-중 관계가 빠르게 개선되는 가운데 완공 뒤 11년간 방치돼 있던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곧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병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전 한국교통연구원 북한동북아연구실장)은 중국 랴오닝성과 단둥시 정부의 문서들을 분석한 결과 중국 쪽은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위한 종합적 점검인 ‘검수’를 마쳤고 현재 북중 관계의 진전을 고려하면 다리 개통은 ‘외교적 세리머니’만 남겨둔 상태로 보인다고 19일 한겨레에 밝혔다.

북한과 중국의 최대 교역 거점인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 사이에는 1943년 개통한 ‘중조우의교’가 있지만 낡고 양방향 통행도 어렵다. 2009년 10월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합의했고, 건설비는 모두 중국이 부담해 2014년 완공됐다. 10년 넘게 개통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던 이 다리의 개통은 북·중 관계의 시금석으로 주목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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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 박사가 분석한 랴오닝성 단둥시 정부의 올해 1월8일 정부 업무보고(단둥시 인민대표회의 보고 내용)를 보면 “신압록강대교의 국경시설이 국가검수를 통과했다”고 나온다. 국가검수 통과는 국경시설이 정식 개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법적 절차인데, 세관·출입경·검역·경계보안·통신·환경 등 모든 체계가 준비·기준을 충족했음을 국가 기관이 공동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안 박사는 “이런 조건을 충족해 국가 검수가 통과되었다는 것은 북-중간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관한 논의와 합의가 도출되었고, 중국 측에서 개통을 위한 법적, 제도적 절차가 완료된 것”이라며 “신압록강대교 개통은 북중 사이에 ‘외교적 행사’라는 퍼포먼스만 남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둥시 정부 업무보고 가운데 신압록강대교가 개통을 위한 국가검수를 통과했다고 밝힌 부분
단둥시 정부 업무보고 가운데 신압록강대교가 개통을 위한 국가검수를 통과했다고 밝힌 부분

안 박사는 중국이 최근 북한 쪽의 시설 건설 요구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중국은 지난 10년간 북한의 요구를 거부했지만, 최근 5㎞ 정도의 북한 쪽 연결도로 공사를 지원했고, 북한 쪽 세관 건물과 장비도 중국이 모두 지원해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박사가 공개한 2010년 2월 북-중 간에 체결된 신압록강대교 건설 관련 협정을 보면, 주 다리와 접속 교량의 설계는 중국 측이 담당하고, 주교(다리)의 가운데 선을 양국의 기준으로 설정했으며, 북한 측의 주교·접속교까지 중국 측이 원조로 건설(협정 제6조)하고, 세관과 변방검사 등의 시설은 양측이 각각 설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은 계약상 자국이 짓기로 한 세관 시설을 비롯해 대교부터 남신의주 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도 중국이 건설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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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면 양국의 무역 규모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안 박사는 “현재 북·중 간 중조우의교는 거의 한 방향으로 밖에 통행할 수 없고 노후되어 있지만, 신압록강대교는 그에 비해 통행 능력이 8~13배로 추정되기 때문에 양국 간 통과 화물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 박사는 최근 북-중, 북-러 사이에 경제, 에너지 등 네트워크가 과거에 비해 훨씬 긴밀해지고 있는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방경제포럼에서 연해주부터 북-러 국경의 하산까지 전력망을 건설하도록 지시했다. 북한의 파병에 대한 대가 등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구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중국의 지린성쪽 화물들이 북한 나진항을 거쳐 북극항로로 향하는 최단거리 코스의 가치도 높아지게 된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