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12년 만의 ‘셔틀 외교’ 복원 등 양국 관계 회복을 선언했으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안’과 관련한 기시다 총리의 직접적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추후 피고 기업에 대한 구상권 청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 정부는 (피고 전범 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라는 것은 상정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일본 도쿄의 총리 공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저와 기시다 총리는 그간 얼어붙은 양국 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 데 공감하고, 한-일 관계를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관해 지난 6일 우리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해법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로서는 이 조치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원론적 답변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직접적인 사과는 표시하지 않은 채 오히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회담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윤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2018년의 해상자위대 초계기 갈등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 남은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적한 점도 포함한 과제나 현안에 대해 속내를 감추지 않고 얘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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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사실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논의 주제는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부분 집중됐다”며 즉답을 피했다.

두 정상은 2011년 12월 이후 중단됐던 두 나라 사이 ‘셔틀 외교’를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한국 답방 시기에 관한 기자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앞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구체적 시점은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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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또 다른 관심사였던 한국의 수출 품목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 관리 우대국) 배제 조처에 관해서는 향후 대화를 이어가기로 정리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쪽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전임 문재인 정부 때 한-일 관계 악화 상황에서 벌어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상황을 “완전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민간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경단련(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이 유학생 지원 등을 위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경제·안보를 비롯해 첨단과학, 금융·외환, 문화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외교, 경제 당국 간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엔에스시(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포함하여 다양한 협의체와 소통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도쿄/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