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축구팀을 보내겠다고 밝힌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화해의 손짓’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상호 비방·중상과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내용의 중대 제안을 하면서 “먼저 실천적 행동을 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행동은 비방·중상이나 군사적 적대 행위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남북 교류·협력의 대표적 분야인 체육 분야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것이어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2002년 부산 대회에 이어 12년 만에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가 의사를 밝힌 것은 더욱 의미가 깊다. 12년 전에도 북한은 350여명의 선수와 대규모 응원단을 보냈는데, 당시 여성 응원단이 남한 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역사적으로도 체육 분야는 남북 갈등을 푸는 돌파구가 되곤 했다. 1990년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열린 남북통일축구대회를 시작으로, 1991년에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단일팀을 꾸려 출전했고, 2000년에는 시드니올림픽에 공동 입장했다. 남북 교류가 꽉 막힌 지난해 9월에도 남한의 역도팀이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아시안게임 출전이 남한에 대한 화해 손짓이라면, 20일 평양에서 열린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의 기자회견은 미국에 대한 유화 제스처로 볼 수 있다. 6·25 전쟁 이후 북한에 가장 오래 억류된 미국인인 배씨는 “나는 이유 없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성 의사를 밝힌 뒤 “미국 정부가 북한 정부와 밀접하게 협력해 조기에 석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직접 미국을 언급하면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하고 싶은 얘기를 배씨의 입을 통해 건넨 것이기도 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케네스 배의 기자회견은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배씨의 어머니가 직접 북한에 가서 아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석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미국의 대응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씨는 2012년 11월 관광 가이드 자격으로 함북 나진에 들어갔다가 ‘반공화국 적대 행위’ 혐의로 최고재판소에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당시 북한 당국은 여행객 중 한명의 소지품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인솔자인 배씨를 붙잡아 조사했다. 그가 소지하고 있던 외장하드에 북한 당국을 자극할 만한 내용이 발견돼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회견 뒤 배씨를 석방하는 절차를 밟는다면 북한이 평화적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