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기자의 업무 중 절반은 ‘자리 맡기’(와 ‘기다리기’)입니다. 나머지 절반이 사진찍기와 마감(사진을 고르고 편집하고 사진설명을 써서 전송하는 일)하기. 아니 어쩌면 자리 맡기는 절반 이상으로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검찰이나 법원에 주요 인물이 등장할 때면 예정시각보다 몇 시간 앞서 나가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이유는 어떤 자리에 서는가(혹은 앉는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진기자들은 보이지 않는 사각과 방해물이 없고 오랫동안 취재 대상을 볼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때로는 신경전도 벌입니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그에 맞춰 현장에 모이는 사진·영상 기자들의 수가 늘면서 더 심해졌습니다. 청와대 취재에서는 그런 정글 같은 자리 다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비교적 소수의 인원이, 대단히 통제된 상황에서 취재하니까요.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장소가 좁을 수록 가장 좋은 앵글은 불과 한두 곳입니다. ‘전속 사진가(Official Photographer :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소속 행정관으로 언론 비공개 일정을 포함해 거의 모든 대통령 행사를 공식 기록합니다)’를 포함해 사진 4명과 ‘전속 영상’ 포함 영상카메라 4개 팀이 그 한두 곳을 놓고 눈치를 봐야 합니다. 가장 좋은 자리는 ‘전속’에게 양보하는 분위기이더군요. ‘공식적인 기록’이기 때문이라고 이해합니다. 한국 기자들만 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습니다. 외국 기자들이 가세하면 금방 북새통이 됩니다. 우리가 먼저 자리를 잡은 뒤 방문국 기자들이 들어오는데 그쪽 ‘전속’의 자리는 역시 따로 마련해줘야 합니다. (우리가 방문국일 때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겠죠)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취재 시간은 짧습니다. 순식간에 ‘휘리릭’ 지나갑니다.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기자회견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통령이 입장한 뒤 10분 안팎. 1~2분인 듯 빨리 지나갑니다. 그동안 30~40분 취재하듯이 바삐 움직입니다. 기자들의 동선과 취재 위치는 제한적입니다. 장관 등 배석자들이 시야를 가리면 낭패입니다. 취재를 마치면 셔츠가 젖어 있습니다. (여름이니까?)


‘아스팔트’에 비하면야 상당히 온화하지만 이곳 역시 치열한 현장입니다. 아니, 취재 순간의 긴장감은 ‘아스팔트’ 이상입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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