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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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일본을 거쳐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우리 정부는 일찍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최고 수준의 예우를 했다. 그 극진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정상 누구도 받아본 적 없는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한 것, 방문자의 취향을 고려해 특별 제작한 천마총 금관의 복제품을 선물한 데서도 드러난다. 최대 동맹국 정상을 향한 의전의 차원을 넘어, 관세와 투자라는 첨예한 현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야 할 협상 파트너에 대한 전략적 고려였다.

취향 저격한 ‘와이엠시에이’ 연주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 시각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1시31분쯤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일본 체류 일정이 길어진 탓이었다. 전용기 ‘에어포스원’ 탑승구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정면을 응시한 채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한다는 빌리지 피플의 대표곡 ‘와이엠시에이’(YMCA)가 예포 소리와 함께 군악대 연주로 울려 퍼졌다. 한국 땅에 발을 디딘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휴식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11시50분, 트럼프 대통령은 김해공항 활주로에서 곧바로 전용 헬기 ‘머린 원’으로 갈아타고 아펙 행사장으로 향했다. 머린 원은 경호와 보안을 위해 2대가 편대 비행을 했다.

전통 취타대 선도로 행사장 진입

한·미 정상의 만남은 오후 2시12분 회담장이 마련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레드카펫이 깔린 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렸고, 트럼프 대통령이 탄 전용 차량 ‘비스트’가 전통 취타대의 선도와 호위를 받으며 건물 앞까지 들어왔다. 전용 방탄차 비스트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오른손을 내밀었고, 악수를 하는 동시에 친근함의 표시로 가볍게 왼손으로 이 대통령의 오른팔을 두드렸다. 2개월 전 워싱턴에서의 첫 만남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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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훈장 보고선 “당장 걸고 싶다”

환영 행사의 백미는 무궁화대훈장과 선물 수여식이었다. 두 정상은 방명록에 서명을 한 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천마총 금관 모형과 무궁화대훈장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섰다.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최고의 감사와 존경을 담아 6년 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물꼬를 터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훈장을 드린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장을 바라보며 “미국과 한국은 이것을 통해 더 굳건한 동맹 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걸고 싶다.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머리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일한’이란 단어(타이틀)를 많이 갖고 계신다. 대훈장도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수여하는 것이라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9개월 됐는데, 지금까지 전세계 분쟁 지역 8곳에 평화를 가져왔다”며 “정말로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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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29일 공개한 경주 한미 정상회담 오찬 메뉴. 왼쪽부터 우리 해산물에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을 한 전채요리, 경주 햅쌀과 미국산 갈비로 한 찜 요리, 'PEACE!'를 레터링한 감귤 디저트.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29일 공개한 경주 한미 정상회담 오찬 메뉴. 왼쪽부터 우리 해산물에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을 한 전채요리, 경주 햅쌀과 미국산 갈비로 한 찜 요리, 'PEACE!'를 레터링한 감귤 디저트. 연합뉴스

천마총 금관 모형을 두고 “현존하는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금관이다. 하늘의 권위와 지상의 통치를 연결하는 신성함, 지도자의 강력한 권위를 상징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한반도를 처음으로 통일한 신라의 정신과 함께 한-미 동맹 황금기를 상징하는 이 금관을 준비했다”는 의전장의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만면에 미소가 번졌다.

황금빛 넥타이, ‘금’ 장식 브라우니로 트럼프 취향 저격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의전적 배려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이날을 위해 특별 제작한 ‘황금빛 넥타이’를 목에 걸었다. 이 넥타이엔 훈민정음 문양도 새겨졌는데, 외교부는 “한-미 동맹의 황금빛 미래와 함께 케이(K)컬처를 통해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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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에서도 ‘금’으로 장식한 브라우니와 감귤 모양 디저트가 올랐다. 전채 요리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인 뉴욕의 성공 스토리를 상징하는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을 곁들인 국내 해산물이 올랐다. 저녁에 이어진 특별 만찬에서는 만찬용 술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운영하는 양조장의 와인이 준비됐다.

장예지 고경주 하어영 기자, 경주/서영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