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11일 3755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법적 근거 없이 회원들의 온라인 활동 기록을 수집한 쿠팡에 과징금 6246억원을 부과했다. 개인정보위 과징금 중 최고액으로, 지난해 쿠팡의 연간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다.
개인정보위 조사를 통해 드러난 쿠팡의 ‘보안 불감증’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개인정보위는 해킹이 아닌 부실한 내부 인증키 관리 탓에 회원 3322만명과 비회원 433만명의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와는 별개로 자사 광고가 게재된 외부 누리집과 앱을 방문한 회원 1117만명의 온라인 활동 기록을 동의 없이 수집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회원이 접속만 해도 방문 기록과 경로, 일시 등을 자동 저장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것이다. 쿠팡 앱으로 강제 이동시키는 관계사들의 이른바 ‘납치 광고’ 행태를 방치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돈벌이를 위해서는 회원·비회원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무차별적인 이용자 정보 수집을 예방할 수 있는 당국의 후속 대응 조처가 필요해 보인다.
쿠팡이 정부 조사를 고의로 방해한 정황도 드러났다. 개인정보위 조사가 시작되자 약 5개월 분량의 접속 로그를 수동으로 삭제했다는데, 위법 행위를 숨기려 증거 인멸에 나선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위다. 쿠팡은 지난해 말에도 정보 유출 피해가 3천명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당국의 조사와 수사에 혼선을 부른 바 있다. 개인정보위가 조사 방해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만큼 철저한 법적 조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쿠팡은 과징금 부과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 등 감경 사유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과도한 처분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추가적인 피해 보상 방안이나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이 없다. 과징금의 경중을 법적으로 따지는 건 권리이지만, 거의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대형 피해에 걸맞은 대응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쿠팡이 직면한 법적 리스크는 이번 제재가 끝이 아니다. 경찰은 쿠팡 전현직 임원의 정보 유출 관련 국회 위증, 과로사 은폐 의혹 등을 수사 중이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이 동일인(총수) 지정 관련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쿠팡 와우멤버십에 다른 자사 상품을 끼워 판 사실도 불공정 거래 혐의를 받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와 관련해 쿠팡을 상대로 한 민사 소송도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다.
본사를 미국에 둔 쿠팡은 지금까지 국내 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와 규제를 줄곧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나아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억지 논리로 미국 정·관계를 상대로 한 구명 로비에 열을 올렸고, 한-미 간 통상 분쟁으로 비화될 위험을 낳았다. 자사 이익을 위해 국익 훼손까지 서슴지 않는 행태를 그만두고, 국내 소비자와 당국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을 쏟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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