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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보유세는 부동산 정책일 수도 있고, 응능부담(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공평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원칙)도 될 수 있다”며 “고가의 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이 크면 집을 팔 것이고, (부동산 시장에도)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5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 보유세·거래세 등을 포함한 세제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날 구 부총리의 발언은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침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이 19일 “부동산 보유세를 가지고 부동산의 폭등을 막겠다, 이것은 사실상 어설픈 정책이다”라고 말하는 등 민주당 쪽에서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세금만으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온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제는 대출 규제, 공급 확대와 함께 부동산 대책의 큰 축 중 하나다. 보유세 인상 등을 통해 부동산 투자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것은 투기심리 억제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조세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도 보유세 강화는 가야 할 방향이다.

최근 시민단체인 토지+자유연구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보유세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30개 나라 평균(0.3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을 비롯해 대대적인 부동산 세금 인하 조처를 시행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다소 높아졌던 보유세 실효세율은 다시 뒷걸음질 쳤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라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목표 실효세율을 제시한 뒤 이에 맞춰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은 윤석열 정부에서 69%로 동결시킨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60%로 낮춘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높이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세율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1주택자에게는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 등에 걸쳐 여러 혜택이 주어지면서 고가주택 보유·매매 부담이 낮아짐에 따라 강남 등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종합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늦지 않은 시점에 마련해 발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