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회’가 계엄·탄핵에 대한 사과를 반대하는 당내 인사를 겨냥해 “이런 말 하는 분들이 ‘인적 쇄신 0순위’”라고 밝혔다. 윤희숙 혁신위가 인적 쇄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건 처음이다. 그러나 곧바로 당 지도부와 친윤석열계 주류가 반발하고 나서, 실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미하다. 지금 국민의힘이 직면한 문제의 근원이 혁신도 쇄신도 거부하는 친윤 주류라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인적 쇄신 없이는 무슨 기묘한 방안을 내놓는들 당 혁신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혁신위가 인적 쇄신을 거론하자마자 철벽을 치는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접는 국민이 적잖을 것이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더 이상 사과할 필요가 없다, 반성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당을 죽는 길로 다시 밀어넣는 것”이라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당을 떠나야 한다”고 직격했다. 앞서 윤 위원장은 지난 10일 1차 혁신안을 발표하며 비상계엄과 탄핵 당시 당이 보여준 모습에 대한 사죄문을 당헌 전문에 넣겠다고 밝혔다가, 친윤계 당권 주자들의 역공을 받았다. 나경원 의원은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는 갈등과 분열만 되풀이하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했고, 장동혁 의원은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이냐”며 “손가락 하나만 다쳐도 서로 남 탓하며 내부 총질하는 우리 당의 못된 습성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주장들이다. 도대체 국민의힘이 탄핵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명료하게 사죄한 적이 있기나 했나.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하자’는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안조차 내팽개치지 않았나. 애초 인적 쇄신에 소극적이던 윤 위원장이 인적 쇄신을 언급한 건 이런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한발짝도 쇄신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당 주류는 반대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어떤 사람을 내친다거나 하는 게 혁신의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다”라고 했고,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인적 청산이 필요하더라도 3년 뒤 총선이 있는 만큼 거기로 넘겨놓는 건 어떻겠나”라고 했다. 새로 당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은 탄핵 반대에 대한 사죄마저 거부하고, 전·현 지도부는 그런 이들을 편들어 실질적 쇄신을 가로막고 있다. 이럴 거면 혁신위는 왜 만든 건지 의아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