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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야 정치인들의 입이 몹시 거칠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국민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가운데,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비판받아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겨냥해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 대행이 헌법재판소의 지난달 27일 결정을 따르지 않고 20일 넘도록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위헌적 행위다.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국민적 분노를 수사적 표현으로 대변했다고 하더라도, 과하다. 최 대행을 곧장 ‘현행범’이라고 하기도 힘들거니와, 자칫 이 대표 열렬 지지층에게 최 대행을 유무형 공격 대상으로 낙인찍는 위협일 수 있다.

국민의힘의 이 대표 공격 수위도 함께 높아졌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조폭이나 할 법한 극언”이라고 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테러 사주”, “사디즘” 등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런가 하면 지난 19일 안철수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공개토론 제안은 거부하고 유발 하라리와 대담을 하기로 한 것을 두고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 있는 모습과 유사한 행동”이라고 폄훼했다. 지난해 1월 흉기 테러로 생명의 위기를 겪은 이에게 할 말이 아니다. 평소 온건한 성품의 안 의원 발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야의 적대 정서가 극에 이른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거리의 혐오와 분노는 임계치를 넘고 있다. 이 대표는 살해 협박 제보가 들어와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고, 20일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날달걀이 날아들었다. 지난 17일엔 광주에서 한 시민이 탄핵 촉구 피켓 시위를 하다가 쓰러져 숨졌고, 19일엔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한 시민이 열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헌법재판소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들겠다며 철통 대비 태세이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긴장과 갈등이 높아지는 때일수록 정치인들은 절제된 태도로 이를 진정시켜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듯한 태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