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중과’ 대상은 2597명으로, 2022년 48만3454명에서 99.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2022년 세제 개편으로 지난해부터 조정지역 2주택자가 중과 대상에서 빠진 데 이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도 과세표준 12억원까지는 일반 세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자 감세에 부동산 가격 하락이 겹쳐 불과 1년 만에 종부세 중과 제도가 사실상 무력해졌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감세는 다층적으로 이뤄졌다. 공시가격을 10년에 걸쳐 시세의 90%로 올리려던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제동을 걸어, 2020년 수준인 69%에서 멈췄고, 공시가격에 곱해 과세표준을 구할 때 사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역시 2022년 100%에 도달하도록 했던 로드맵을 허물어 60%로 낮췄다. 또한 기본공제금액 한도는 높였고, 세율은 낮췄다.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기본공제금액, 세율에 걸쳐 4중의 감세가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더불어민주당의 종부세 개편 논의를 핑계로 다주택자 중과 제도 자체를 폐지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을 제기하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아예 ‘종부세 폐지론’을 주장했고, 정부는 종부세 중과 폐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여야와 대통령실, 정부가 일제히 감세 경쟁에 달려든 모양새다.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중복적인 감세 조처로 이미 무력해진 중과 제도를 폐지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명분도 없고 효과도 없는 이념 공세에 불과하다.

광고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 완화와 가격 안정을 위해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한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고가의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조세 저항의 상징이 됐다. 용산과 마포 등 한강 변을 따라 같은 현상이 번지면서 민주당에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조세와 부동산 정책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결정한다면 두고두고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국민 자산의 부동산 비중이 80%로, 선진국의 30~4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저출생·고령화로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비생산적인 부동산에 잠겨 있는 자산이 금융시장 등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부동산 관련 전체 세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