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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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생·물가’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중 늘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대파 총선’이라고 불리는 4·10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이 총체적으로 불신임당한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권 여당 사상 최악의 참패라는 이번 총선 성적표는 잘못된 경제정책을 전면 수정하라는 국민의 명령이기도 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총선 직전까지 24차례 민생토론회를 통해 각종 감세 방안과 개발 약속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민심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미 지난해 사상 최대 세수 펑크로 쓰기로 했던 예산마저 집행 못 하는 사태가 일어났는데, 이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이 퍼주기 정책을 쏟아내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재정법까지 위반해가며 총선 하루 뒤인 11일 발표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는 부자감세와 낙수효과라는 낡은 신자유주의 이념이 어떻게 재정과 경제를 망쳤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이 3.9%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는 정부 스스로 정한 기준 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정부 애초 계획보다 1.3%포인트 높고,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도) 때보다도 0.3%포인트 높다. 신자유주의적 ‘작은 정부론’에 따라 유례없이 건전재정을 강조하면서도 무리한 부자감세와 낙관적 경기 예측으로 스스로 세수 기반을 무너뜨린 자가당착의 결과다. 정부 곳간이 비어 역대 최대인 45조7천억원 규모의 ‘불용’(예산을 편성하고도 실제로 쓰지 못한 돈)이 발생했고, 그 결과는 경기 침체에 반영됐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더해 경기까지 나쁘니 가계의 형편은 더욱 나빠졌고, 결국 ‘대파 사태’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선거를 앞두고 남발한 선심성 감세방안을 철회하고 구멍난 재정을 정상화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행령으로 강행한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신축 소형주택 및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득·양도세 감면 등 정부 스스로 거둬들일 수 있는 감세 방안부터 복원해야 한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처럼 법 개정이 필요한 감세 방안도 정부 스스로 철회를 선언해야 한다. 이것이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되찾고 민생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