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법인권침해 조사 발표회에 참석해 이선균 배우 사망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대규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법인권침해 조사 발표회에 참석해 이선균 배우 사망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경찰 수사 도중 숨진 배우 이선균씨의 수사 과정에 인권 침해가 있었다며 관련자에 대한 검찰 수사와 징계를 촉구했다. 이씨에 대한 내사 단계부터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이 언론에 유출됐고, 수사 단계에서 전형적인 ‘망신 주기’ 수사가 더해져 이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이씨가 숨진 지 석달이 다 되도록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이 자체 조사에 착수했지만, 마치 국민 기억 속에서 잊히기만을 기다리는 듯 감감무소식이다.

변협은 이씨가 숨진 직후 진상조사단을 꾸려 지금까지 경찰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했다. 변협은 19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보 유출과 관련해 경찰 상부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경찰 내부의 수사보다 검찰이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인천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등 지휘·감독자의 책임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 수뇌부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이씨의 죽음 직후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 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했고, 윤희근 경찰청장도 “경찰 수사가 잘못돼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수사팀에 면죄부를 줬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마녀사냥’의 근원지가 경찰이라는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지난 1월 인천경찰청 마약수사팀을 압수수색했다. 수사의 신뢰를 확보한답시고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수사를 맡았는데, 그 후로는 아무런 조처가 없다. 겉으로는 떠들썩하게 수사해놓고 속으로는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건 아닌가.

이씨에 대한 경찰 수사는 헌법에 보장된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사실 공표’ 위반 등 위법투성이였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이 나오는 등 물증이 전혀 없는데도 유흥업소 종업원의 진술에만 의존한 채 수사를 밀어붙였다. 심지어 이씨가 3차 소환 때 비공개를 요청했는데도 이를 묵살하고 포토라인에 서게 만들었다. 경찰은 유흥업소 종업원을 2주 동안 총 11차례 조사하면서 이씨에 관한 조사만 7차례나 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실적 경쟁에 내몰리자 유명 연예인인 이씨를 어떡해서든지 엮어보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정부는 국내 최대 법률가 단체인 변협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