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파우저 | 언어학자
올겨울 내가 사는 미국 로드아일랜드는 예년보다 춥고 눈도 많이 왔다. 거리에 많은 눈이 쌓였고, 산책 같은 외부 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덕분에 미뤄뒀던 예전 영화나 드라마를 실컷 봤다.
한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초였다. 주인공이 고등학교 교사여서 학교 장면이 종종 등장했다. 남성 교장은 교사들을 부를 때 이름 앞에 ‘미스’ 또는 ‘미스터’를 붙이고, 교사들은 남성 교장에게 ‘미스터’를 붙여 부르면서 여기에 ‘써’(sir)를 문장 끝에 더해 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교장과 교사 사이만이 아니라 다른 장면에서도 등장인물들끼리 ‘미스’, ‘미시즈’, ‘미스터’를 자주 사용했다.
1990년대~2010년대 중반 제작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언어의 격식은 대체로 지켜지고 있었다. 서로를 부를 때는 대체로 이름만 쓰긴 했지만, 격식을 차리려는 태도는 남아 있고, 욕설이나 비속어는 간혹 강조하기 위해서만 썼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사뭇 달랐다. 직장에서 격식을 갖춘 호칭은 거의 사라지고, 대화 안에서 욕이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경향은 2020년대 작품에서 더 두드러졌다. 미국 영어는 왜 이렇게 변하고 있는 걸까?
일반적인 사회언어학 이론에서 격식이나 공손한 표현은 서로 관계가 있다. 즉, 격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보이지 않는 사회적 규범에 따라 공손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례가 되고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공손한 표현은 사회적 규범을 지키는 일인 동시에 본인의 체면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반대로 굳이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공손한 표현을 쓰면 그 자체가 서로의 거리를 드러내거나 공격적인 의미가 있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결국 사회적 규범에 따른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에서 긴장을 풀기 위해 다소 격식을 차리지 않은 표현이 담긴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영국식 영어에서는 농담을 멋있게 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격식을 차려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정확히 이분화하기는 어렵다. 두가지 상황이 혼재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사회적 규범에 따라 수시로 조정해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시대에 따라 진행된 영어의 변화는 결국 말이 아니라 사회가 정한 규범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2010년대 미국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세대교체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198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세대가 변하면서 사회적 규범이 달라졌다.
베이비붐 세대는 20세기 중반 부르주아적 가치관이 사회적 규범에 영향을 미친 시대에 태어나고 자랐다. 집 밖에서 격식을 차려야 할 때는 물론이고 집처럼 격식을 굳이 갖추지 않아도 될 때까지 격식이 필요했다. 가족들끼리도 호칭을 비롯한 말을 조심하고, 이른바 ‘고운 말’을 사용했다.
1960년대 베이비붐 세대가 성장하면서 이러한 부르주아적 가치관은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미덕으로 여겨지던 격식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생기면서 오히려 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편안하고 솔직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이 무렵 태어나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가 2010년대 사회에 나가 세대교체가 되면서 사회적 규범은 빠른 속도로 격식에서 벗어났다. 성을 부르거나 존칭을 쓰기보다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고, 욕을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으로 변했다. 이를 두고 단순히 거칠어졌다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 부르주아적 가치관 대신 포용성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처럼도 여겨졌기 때문이다.
미국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의 변화는 젊은 세대로부터 시작한다. 한국어의 사회적 규범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면 오늘날 젊은 세대의 말 밑에 흐르는 가치관을 살펴야 한다. 과연 한국의 젊은 세대는 어떤 말을 쓰고 있는가. 그 변화는 과연 무엇을 담고 있는가. 그들이 주고받는 말의 변화는 어디로 갈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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