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연 | 사회정책부장
다시 ‘김용균’을 돌아본다. 2018년 12월11일 새벽 3시23분, 홀로 밤샘 노동을 하던 24살의 청년 노동자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계약직 노동자였던 김용균이다. 한국전력공사 입사를 꿈꾸며 경력을 쌓기 위해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지 3개월로 접어든 때 일어난 참변이다.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은 장례를 미룬 채, 긴 싸움을 시작했다. 왜 아들이 홀로 처참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죽음이 ‘또 다른 김용균’에게 반복되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미숙은 아들의 죽음 뒤에 ‘위험의 외주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원청은 비용을 줄이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한다. 입찰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일감을 따낸 하청업체는 안전관리에 돈을 쓰지 않는다. ‘고용 사슬’의 끝단에 있던 아들은 꿈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위태로운 노동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김용균의 안타까운 죽음은 여론을 들끓게 했고, 김미숙과 노동·시민사회의 투쟁이 더해져 2018년 12월 말 원청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 법도 사망사고를 막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미숙의 29일 단식 등 산재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는 다시 투쟁에 나섰고,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는 등 ‘산재 역사’의 새로운 변곡점이 됐다. 산업 현장에서 사망사고 등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 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시행된 뒤,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는 얼마나 줄었을까.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산재 사고 사망자는 2022년 644명에서 2023년 598명, 지난해 589명으로 소폭 줄었을 뿐으로, 뚜렷한 감소세로 보긴 어렵다. 3년 동안 1831명이 출근은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비극이 반복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만명당 0.29명을 크게 웃돈다.
왜 산재 사망이 끊이지 않고 있을까. 2023년 12월 대법원은 김용균 사망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원청에선 중간관리자 일부가 유죄를 받았지만 실형은 한명도 없었다.
“사람을 죽였는데 처벌을 안 할 수 있습니까.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들을 떠나보낸 뒤 5년 만에 나온 최종심 판결에 김미숙은 “용균아, 미안하다”며 울부짖었다.
김용균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 발생해 소급 적용이 어려워 무죄가 나왔다는 지적이 있지만, 원청에 대한 ‘관대한 처벌’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3년여(2022년 1월~2025년 3월) 동안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 10곳 중 7곳이 대형 건설사로 조사됐지만, 기소된 곳은 한곳도 없다. 산재 사망자의 40%가량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다.
산재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답답한 현실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산재와의 전쟁’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에스피씨(SPC)그룹, 포스코이앤씨, 대형 건설사 등 산재 다발 기업과 업종을 명확히 지목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사회적 타살”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산재가 멈추지 않는다면 입찰 자격 영구 박탈, 징벌적 손해배상, 과징금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대 어떤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지만, 이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산재는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재에 취약한 중소·영세 사업장, 산업 현장의 고령화와 이주민 증가, 다단계 하청, 업무상 질병 등과 관련해 다음달 정부가 발표할 ‘노동안전 종합대책’엔 제재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예방 정책도 들어가야 한다. 이번만큼은 ‘산재와의 전쟁’에서 끝을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