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30일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30일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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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준 | 국제부장

 ‘장엄한 분노’라는 거창한 작전명으로 시작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28일로 두달을 맞았다. 압도적인 해·공군력과 최첨단 미사일을 앞세운 미국의 공세에 조기 종전이 예상됐으나, 전황은 예상치 않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중동 전역에 막대한 전력을 투입해 이란을 압박해온 미국이 종전 협상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최고지도자를 잃고 주요 군사 시설이 파괴되는 등 치명상을 입은 이란은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 미묘한 양상을 누구보다 진지하고 예리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임하고 미국과의 전략 경쟁을 본격화한 이래, 미국이 치르는 사실상 첫 전면전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지만, 중국 관영 매체와 군사 매체·블로거들은 미국의 전쟁 수행 방식과 상황 대응 능력, 미군 개별 무기 체계의 성능 등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분석하고 있다. 이란 전역과 호르무즈해협 등에서 전개되는 상황이 향후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미-중 충돌’의 미리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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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특히 미국의 압도적 전력과 지지부진한 결과 사이의 괴리에 주목한다. 미국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최첨단 무기로 전장을 압도하지만, 저가형 드론과 호르무즈해협이라는 지정학적 조건을 활용한 이란의 비대칭 전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미국의 첨단 군사기술과 특수 작전 능력 등을 전하면서, 이란의 저가형 드론이 미국의 수백만달러짜리 요격 시스템과 고가의 공격 드론을 어떻게 무력화하는지 집중 분석하고 있다. 별다른 첨단 무기 없이 기뢰 수십개와 소형 고속정, 해안선을 따라 배치한 재래식 무기 등으로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주도권을 놓치지 않은 채 미국을 상대하는 모습도 연구 지점이다. 중국은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나 세계 해상 물류의 30~40%가 통과하는 남중국해를 미국과의 충돌 때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지 연구를 거듭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한 미국 지도부의 리더십도 면밀한 분석 대상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외교관과 학자, 전문가 등이 이번 전쟁을 “미국의 심각한 실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일관된 전략 목표와 정교한 출구 전략을 보여주지 못한 채 혼선을 이어가고 있다. 총사령관인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의 정신 건강을 의심케 할 정도로 혼란스럽다. 그의 오판으로 미국이 이란을 치려는 이스라엘의 ‘용병’ 노릇을 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중국은 이번 사태를 단기 여론과 특정 이익집단의 로비에 과도한 영향을 받는 미국식 민주주의 시스템의 고질적인 한계가 다시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50, 100년 단위의 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익숙한 중국은 2년 주기의 선거와 부정적인 여론이 대통령의 결단을 제약하는 미국의 구조를 공략하기 좋은 ‘약한 고리’로 인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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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최대 관심은 무엇보다 이번 전쟁을 통한 미국의 국력 소모와 글로벌 리더십의 쇠퇴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막강한 하드웨어를 선보였지만, 이를 제대로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보여주지 못했다. 과거 미국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과 유럽, 일본 등 동맹국에 가해진 무리한 참전 요구와 전략 자산의 일방적 차출로 미국 주도 안보 블록에 균열이 생긴 점도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중국은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적 질서’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사우스는 물론 유럽과 동아시아로 손을 뻗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판단 변화는 한반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의 전략 자산이 중동에 묶이거나 동맹이 헐거워져 동북아시아 내 억제력이 약화하면, 중국은 서해와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군사적 행동 수위를 한층 높일 것이다. 한국에 한·미·일 협력 체제 이탈을 강요하거나 경제적 의존도를 무기로 정치적 양보를 압박할 수도 있다. 한-미 동맹이 더 이상 우리 안보를 지키는 ‘절대반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지금, 평화와 국익을 지켜낼 냉철하고 입체적인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