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희은 | 가수
동생 둘과 수시로 짧은 여행을 다니자고 약속했지만 느닷없는 일정과 아픈 허리 등등을 이유로 뜸이 좀 생겼다. 그래서 육아에 지친 조카딸과 1박2일의 일본 일정을 짰고 6년 만에 비행기를 타고 좋아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다. 세살배기 조카손자에게는 “엄마가 큰 이모할머니와 어야 갔다가 하룻밤 자고 올게.” 며칠 전부터 말하니 “엄마, 가지 마” 했다가, 기분 좋으면 “응, 다녀오세요” 했다는데 어쨌든 아이는 아빠 차지가 되고 우리는 일상 탈출을 감행했다. 토요일 아침에 가서 일요일 밤에 돌아오는 시간을 아주 독하게 쓰는 걸로 일정을 짰다. 일단은 넉넉한 시간 동안 후쿠오카통인 유튜버들의 맛집을 두루 살폈고 시내를 텐진과 하카타 두군데로 나누어 숙소에서 먼 곳부터 다니고 숙소 근처는 둘째날 둘러보기로 정했다. 정보가 많아도 젊은이들의 입맛과 다르니, 우린 고전적인 메뉴에 도전했다. 공항 도착 뒤 오후 3시까지 트렁크 두개를 당일 호텔배송 서비스를 해주는 곳에 맡기고 작은 백만 어깨에 메고 다녔다. 국제선에서 무료 셔틀을 타고 국내선으로 오니 맛집이 다 거기 있었다. 옛날 경양식 집에서 맛본 햄버그스테이크 집이 보이길래 일단 아침부터의 시장기를 달랬고 선불식 교통카드인 스고카·스이카 카드가 다 있어서 전철, 버스, 택시, 편의점 쇼핑에 잔돈 걱정 없이 쉽게 결제가 되었다. 미리 준비한 번역기 앱과 변압기·충전기, 메모지와 볼펜 등을 챙겼으니, 든든하다. 전철을 타고 시내 마트로 나가서 아이 수건, 가제로 만든 여름 잠옷, 속옷, 양말 등을 사고, 아이디어 상품과 생활잡화도 보다가 당 떨어진다고 맛난 후식 카페에서 프렌치토스트를 먹으며 냉커피도 마셨다. 사실 젊거나 늙거나 간에 여자들의 쇼핑은 꼭 무얼 산다기보다 눈팅이 즐거운 법. 늘 보던 분위기와는 다른 배경, 다른 색감, 색다른 진열 방식을 즐기는 거다. 엄마가 좋아하던 가게, 자주 가시며 좋아하시던 상점가…. 엄마의 호기심 천국과 재래시장 구경, 맛보기 능력, 여행을 좋아하는 유전자를 몽땅 다 우리가 물려받았나 보다 얘기하며 웃었다.
둘째날은 생전 처음 가는 곳을 찾아 나섰다. 후쿠오카의 대표적 신사가 있는 역인 하코자키미야마에에 아주 큰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우천시에도 그렇지만 매 주말마다 하지도 않는다기에 신이 나서 찾아갔다. 비가 오려나 했는데 다행히 비는 피했다. 보도블록 양편에 가게가 400여개는 되었다. 차도엔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보도 쪽엔 차일 아래 세월이 켜켜이 쌓인 물건들이 펼쳐져 있었다. 왼쪽으로 쭈욱 갔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쭉~ 훑으며 오갔다. 적극적으로 행인들에게 다가가 친절히 설명하는 주인이 있는가 하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남의 물건 보듯 뒤로 물러나 오가는 이를 구경만 하는 가게 쥔장도 있었다. 옛날 물건들은 정겹다. 한 여자가 양손 가득 서랍장과 경대(?)를 이고 힘들게 걷는데 나를 알아보며 인사를 했다. “아유, 이걸 다 어떻게 집으로 가져가세요?” 물었더니, 후쿠오카에 원베드룸 집을 하나 사서 식구들이 오가며 묵는단다. 5천만원에 샀는데 조금 올라서 7천만원쯤 한단다. 한달살기 하다가 석달살기까지 해보았다고 했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서 원하고 찾았던 바로 그 물건을 샀나 보다 했다. 돈 많이 주고 좋은 물건이야 누가 못 살까? 하지만 적은 액수로 내가 찾던 바로 그것을 만날 때, 그때 쇼핑의 묘미가 있는 거겠지…. 그이 얼굴에 가득한 웃음이 말해주었다.
매일 아침 방송하는 여성시대가 50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오신 1200여명의 초대손님을 모시고 공개방송을 했다. 가까운 서울 마포구도 아니고 다들 먼 곳에서 오셔서(전날 도착해 딸네 집에서 주무신 분들도 계셨다) 땡볕 아래 대단한 집중력으로 별 탈 없이 즐겁게 한마음으로 마쳤다. 세살배기 조카손자네도 뜻밖의 추첨으로 초대권을 받아왔다. 세살짜리도 좋았다 할 정도였으니 더 바랄 게 없다. 5월 어버이날에 꽃을 들고 방송국 구경을 오더니만 바람이 들었는지, 또 오고 싶다더니 잘 됐다. 공개방송의 결정타는 사고 좀 치고 사는 남편이 아내에게 바치는 편지를 읽는 거였는데, 아내 표정이 너무 뜨악해서 눈여겨 보았다. 아내의 답사는 “막내가 고1이라 3년만 참아준다. 너 한번만 더 걸려 봐. 뒤질 줄 알아.” 객석 모든 분의 웃음이 터졌다. 속이 씨원하다며 아내의 손을 들어준 통쾌한 ‘당당이’님들의 솔직함이 민심 그 잡채였다.(삶의 무게 앞에 당당한 그대, 여성시대 애청자를 우리는 당당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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