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사 폰테베드라 | 국경없는의사회 긴급대응 코디네이터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이 오는 6일로 백일째를 맞습니다. 지진 직후부터 미얀마 군사 정부가 사가잉과 만달레이 등 반정부 지역에 제대로 된 구호·재건 활동을 펼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인 제사 폰테베드라가 미얀마 지진 피해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국제사회가 잊지 말아주기를 호소하며 한겨레에 당시 상황을 알리는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미얀마 지진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 4월1일, 국경없는의사회 긴급대응팀으로써 양곤으로 입국해 수도 네피도에 있던 선발대와 합류했다. 지진으로 손상된 의료시설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재민들의 긴급 수요를 평가하는 등 전반적인 보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네피도엔 병상 1천개 규모의 종합병원과 각 500개 규모의 소아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 대형 의료시설이 있었으나 지진으로 시설이 파괴되며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현지 보석 박물관이 산부인과·소아과 병동으로 거듭난 사례였다. 사립박물관 소유주가 자청해, 500개 병상 규모 인원과 병원 장비를 박물관 안으로 옮겼다. 웅장한 전시실 앞엔 출산을 앞둔 임산부의 침대를 놓았다. 박물관 내 사무실은 응급실로 거듭났다. 한 ‘수술실’에선 이미 제왕절개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 금속탐지기가 있는 출입구는 쏟아지는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는 입구가 됐다. 직원들과 환자 가족들은 박물관 부지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잤다. 정신없이 바쁜 상황에서도 내가 만난 병원 관리자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네피도의 현장이 감동을 안겨줬다면, 만달레이에서 목격한 참상은 구호활동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만달레이로 이동하는 국도 한쪽엔 비닐로 만든 임시 천막이 즐비했다. 1천여명이 산다고 했다. 반대편엔 폐허가 된 건물터만 남았다. 시내도 마찬가지였다. 집들은 무너졌고, 많은 이재민들이 물도 위생시설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무너진 집터에 그대로 남기를 택한 가족들은 대문이나 앞마당, 길가에서 생활했다. 화장실이 없어 무너질 위험을 감수하고 남아있는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주민도 있었다. 병원도 무너져, 환자 머리 위엔 비를 막는 방수포 하나가 고작인 경우가 많았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진료를 보는 한편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위생 키트를 배급하고, 여러 이재민이 함께 머무르고 있던 사원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했다.
이들은 강력한 공동체 의식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있었다. 같은 호텔에 묵던 한 커플은 “우리도 집을 잃었지만, 다른 이들보다 상황이 낫다”며 식량과 물을 나눠줬다. 그곳에서 만난 한 의사는 피해가 덜한 마을 출신인데, 동료 의료인들을 모아 무료 진료소를 열었다. 그러나 체계적 도움 없이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석달이 지난 지금도, 소수민족인 샨족이 사는 인레 호수 주변 마을들은 고통받고 있다. 이곳은 호수 주변 물 위에 지어진 마을로, 사람들은 전통 목재와 대나무로 기둥을 세운 집에 산다. 배도 부서져 물길 접근이 어렵고, 건축 재료 비용이 급등해 재건 작업이 한층 어렵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마을 네 곳에 식수를 공급하고, 임시 거처를 만들도록 방수포와 담요, 모기장 등을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우기(5~10월)에 접어든 지금, 수천명이 사는 이곳에 질병이 유행한다면 지원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미얀마가 대지진 피해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누가 어디에 살든, 생명을 살리는 인도적 지원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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