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주 메레파 시민들이 러시아군 공습에 파괴된 승용차 옆에서 울고 있다. 차량 운전석에선 폭격에 휘말려 숨진 이들의 이웃이 발견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4일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주 메레파 시민들이 러시아군 공습에 파괴된 승용차 옆에서 울고 있다. 차량 운전석에선 폭격에 휘말려 숨진 이들의 이웃이 발견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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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각각 다른 휴전 날짜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가운데, 휴전 시점을 전후로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았다.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만 하루 28명에 이르러, 휴전이 말 뿐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와 각 주 발표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하루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 공습으로 28명이 숨지고 120명 이상 다쳤다. 남동부 자포리자주에서는 대낮 항공폭탄·드론 폭격으로 12명이 사망하고 39명이 부상당했다. 동부 도네츠크주 대도시 크라마토르스크 중심가에도 항공폭탄 3발이 떨어져 7명이 숨졌다. 영국 가디언은 “올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벌어진 최악의 공습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4일 러시아군은 러시아 국경일인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을 낀 8, 9일 이틀간 휴전한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한 바 있다. 이에 같은 날 우크라이나는 일정을 당겨 6일 0시부터 휴전하겠다고 거꾸로 통보했다. 러시아의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휴전 하루 전날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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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부 폴타바주에서는 소방관 2명이 숨지고 23명이 무더기로 다쳤다. 러시아군이 에너지 시설을 공습한 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를 거듭 폭격했기 때문이다. 자폭 드론을 이용한 이러한 ‘시차 폭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인명 피해를 불리기 위해 반복해온 방식이다.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HRMMU)은 “두 번째 공격이 첫 번째와 같은 장소에 떨어졌을 때 구조대원들은 (첫 공격의) 피해자들과 함께 있었다. 지난해부터 이날 이전까지 우크라이나에선 최소 9명의 구조대원이 숨지고 109명이 다쳤다”고 엑스에 알렸다.

이날 저녁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우크라이나의 휴전 제안이 발효되기까지 불과 몇 시간 밖에 남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적대 행위를 끝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며 “모스크바(러시아 정부)는 오히려 테러를 강화하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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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에서 소방관이 러시아 공습으로 발생한 불을 끄고 있다. 파괴된 건물과 자동차들이 보인다. 이날 러시아군은 이날 이례적으로 대낮에 공습해 12명의 사망자를 냈다. AFP 연합뉴스
5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에서 소방관이 러시아 공습으로 발생한 불을 끄고 있다. 파괴된 건물과 자동차들이 보인다. 이날 러시아군은 이날 이례적으로 대낮에 공습해 12명의 사망자를 냈다. AFP 연합뉴스

6일 0시 이후로도 폭격이 계속되면서 휴전이 위태로워졌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주지사인 이반 페도로우는 6일 새벽 “적(러시아군)이 산업 기반시설을 공격했다. 부상자는 없었다”고 알렸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러시아 군수 공장을 때려 맞불을 놓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러시아 내륙 체복사리의 “여러 적 표적, 특히 군산복합체 시설”에 F-5 플라밍고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자폭 드론의 전파 교란(재밍) 방지 부품인 ‘코메타 안테나’를 생산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회사가 개발한 이 미사일이 1500㎞ 넘게 날아가 목표를 맞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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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서부 레닌그라드주 키리시 정유소 역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이날 가동을 멈췄다. 로이터 통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석유 정제량의 7%가 이곳에서 처리된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원유 증류 장치 4기 중 3기가 손상돼 수리에 걸리는 시간을 추산하기 어렵다고 했다. 키리시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800㎞ 떨어진 지역이다.

양쪽이 휴전을 일반 선포했다가 유야무야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12일 정교회 부활절 휴전을 선언했지만, 당시 하루에만 7696차례 공격을 가했다고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주장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예술계에도 덮쳤다.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오는 9일 이탈리아에서 개막하는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러시아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러시아관’을 열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관은 8일 사전 관람(프리뷰) 기간에만 공개된다.

이는 현대미술 심사위원단이 러시아 ·이스라엘의 출품에 반발해 사임한 데 따른 조처다. 심사위원단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조사를 받는 지도자가 있는 나라에는 상을 주지 않겠다며 최근 사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점령지의 아동을 불법 납치해 강제 이주시킨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벌인 혐의로 형사재판소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다. 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도 심사위원이 없어 폐지됐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