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열차’라고 불릴 정도로 완벽하게 무장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를 거쳐 21일 오전 10시30분께(현지시각) 아무르주 부레야역에 도착했다. 극동지역 최대 발전소인 부레야 발전소 방문을 위해서다. 전날 북-러 국경지역의 첫번째 역인 하산역에 정차하며 러시아 쪽 수행원을 태운 4개의 차량이 덧붙여져 특별열차는 17량에서 21량으로 늘어났다.
김 위원장의 9년 만의 방러 과정은 현지 언론 등을 통해서 김 위원장의 동선과 사진 등이 자세히 보도되고 있다. 현지 언론 <포르트아무르>는 “붉은 카펫이 깔린 부레야역에 전통 의상을 입은 러시아 여성들이 나와 김 위원장에게 ‘소금과 빵’을 대접했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소금과 빵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에서 환영을 의미한다. 주변에는 김 위원장을 보려고 주민들이 몰렸으며 수십명의 보안요원들이 경호에 나섰다. 역사에서 가까운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창문에 커튼을 치도록 지시가 내려졌으며, 사진이나 영상 촬영은 철저히 금지됐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약 5분 동안 영접행사를 치른 뒤 특별열차에 싣고 온 전용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로 갈아타고 수행원들과 함께 약 80㎞ 정도 떨어진 부레야 발전소를 돌아봤다. 발전소에는 김 위원장을 위해 특별히 한국어로 번역된 홍보영상물이 준비돼 있었다. 기관실까지 둘러본 김 위원장은 천막 안에서 수박을 먹으며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포르트아무르>는 전했다. 이에 앞서 하산역에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빅토르 이사예프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나와 특별열차에 동승해 김 위원장의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방문 때와 다르게, 김 위원장의 방러 시작 몇 시간 만에 북한과 러시아가 모두 방러 사실을 발표하는 등 이례적으로 사실 확인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데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서구적 의전을 중시하는 러시아가 일반적 ‘국가 대 국가’의 국제적 프로토콜(의전)을 적용했다는 해석과 함께, 북-러 정상회담이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 대한 견제 성격이 큰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선전하려는 의도가 가미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방러 사진에 포착된 김 위원장은 2008년 뇌졸중 수술 이후 체중이 줄어 수척해 보이던 예전 모습과 달리 살이 붙은 모습이었다. 중국 방문에 이어 러시아까지 강행군하는 모습 속에서 건강이 호전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위원장의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47)이 지난 5월 중국 방문에 이어, 이번 러시아 방문에도 동행했다. 김 위원장이 부레야 발전소를 둘러보고 방문록에 서명할 때 오른쪽에 서서 무언가 조언하는 그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옥은 중국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도 연두색 재킷을 입고 나타나 ‘연두색을 좋아하는 여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