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영국 버밍엄에서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오른쪽)과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가 만나 이민 통제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한 정당 간 양해각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4일 영국 버밍엄에서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오른쪽)과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가 만나 이민 통제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한 정당 간 양해각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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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에 가까워진 유럽 각국의 극우 정당이 외국인·소수자 차별 정책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때는 중도층 포섭을 위해 ‘정상적인’ 정파로 보이려 애썼지만, 대중 지지를 등에 업은 지금은 본색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국민연합(RN) 후보로 나설 마린 르펜은 지난 1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 글에서 “이슬람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서기 위한 대규모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다. 여기에는 공공장소에서의 이슬람주의 베일 착용 처벌 등 강력한 조처들이 여럿 담긴다”고 밝혔다. 무슬림 여성이 착용하는 히잡이 이슬람 근본주의 상징이라며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활동과 신앙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커 논란이 일었다.

이 공약은 국민연합이 이른바 ‘탈악마화’ 전략을 폐기하는 신호로 읽혔다. 국민연합은 파시즘 계승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고자 내부의 노골적인 인종차별, 나치·독재 옹호를 금지해왔다. 그러나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35% 안팎 지지율로 1위를 달리자 극우 이념을 선명하게 내세우는 쪽으로 전략을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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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극우 영국개혁당은 4일 유럽 대륙에서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 선박을 해상에서 프랑스로 돌려보내는 내용의 이민 통제 정책을 내놓았다. 프랑스 정부와 협의 없이 이민자를 보내겠다는 것이어서 나라 안팎에서 비판을 샀다. 이 당의 대표 나이절 패라지는 지난해 8월 ‘망명 신청자 60만명 추방’과 유럽인권협약 탈퇴 등을 뼈대로 한 반이민 정책 패키지도 제시한 바 있다. 리베라시옹은 “실현 가능성은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당 지지율이 1위여서) 자신은 보수당·노동당이 막지 못한 위기를 해결할 강한 지도자라고 내세우기만 하면 된다”고 짚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지난 7월 스페인 세우타에서의 대규모 이민자 월경 사태를 계기로 반이민 목소리를 높인다. 당시 멜로니 총리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며 스페인에 대한 솅겐 조약(유럽 국가 간 국경 검문 철폐 협정) 적용을 중단했다. 이탈리아는 동유럽 알바니아에 ‘이민자 송환 허브’를 세워 자국에 도착한 난민을 이곳에 모아뒀다가 추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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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정책이 날로 강경해지는 건 몸집이 커진 극우 정당들끼리의 경쟁이 심해진 결과다. 이탈리아에서는 집권 연정에 끼지 못한 강성 극우 국민의미래가 최근 멜로니 총리의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 지지도를 뺏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 정당은 인종별 외국인 차등대우, 형법상 여성살해죄 폐지, 성소수자 방송 출연 금지 등을 강령으로 둬,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의 후계라는 악명이 붙었다. 루이스 귀도카를리대 정치학과 연구원인 로렌초 카스텔라니는 르몽드에 “멜로니 총리는 로베르토 반나치(국민의미래 대표)에 맞서 그가 주도하는 의제들에서 더욱 급진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뚜렷하게 우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